<9시 등교에 빨라진 일몰로 어두워진 하굣길>

<9시 등교에 빨라진 일몰로 어두워진 하굣길>

입력 2014-09-14 00:00
업데이트 2014-09-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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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교 ‘일몰후 수업’ 학생안전 우려…시간표 조정 난제

경기지역 초중고의 ‘9시 등교’ 시행 이후 아이들 하굣길 안전문제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등교 시간이 늦춰지면서 자연스레 하교 시간도 미뤄진데다 계절상 일몰 시각이 점차 빨라져 아이들이 어두운 하굣길을 지나게 됐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자 일각에선 ‘학생들에게 수면권을 보장하고 여유를 준다’는 시행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원의 A고등학교는 지난 1일부터 이재정 교육감의 ‘9시 등교’ 정책에 동참했다.

오전 7시 30∼40분이었던 등교시간을 1시간 30분가량 늦추고 1교시 수업도 오전 9시 20분으로 변경했다.

자연스레 수업이 끝나는 시각도 미뤄졌다.

7교시 수업하는 1∼2학년은 오후 5시에 수업이 끝나지만 3학년은 오후 6시 20분이 돼서야 8교시 수업이 끝난다.

고3 학생들의 하교 시간이 특히 늦은 이유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전까지 수업시수 대부분을 마치기 위해 1∼2학년보다 하루 수업시간을 늘렸기 때문이다.

14일 현재 수원지역 기준 일몰 시각은 오후 6시 42분이며 이달 말부터 오후 6시 20분으로 앞당겨진다.

10∼11월에는 오후 5시대로 약 1시간 더 빨라진다.

이렇게 되면 다음 달부터 A고등학교와 비슷하게 수업시수를 운영하는 학교 학생들은 해가 지고 난 뒤에 하굣길에 오른다.

고등학생 2학년 자녀를 둔 정모(47)씨는 “9시 등교가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것은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하교 시간만 미뤄진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의 수면권을 보장하고 여유를 주고자 시작한 정책인데 오히려 중고생들에게 더 빡빡한 생활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이달 중 9시 등교를 시행하겠다고 교육청에 보고했다가 슬그머니 시행하지 않는 학교까지 생겼다.

화성의 한 중학교는 지역특성상 통학거리가 멀어 하교 시간이 늦춰지면 안전사고나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학부모 반대의견이 거세 9시 등교 계획만 세워놓고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오후 5시가 넘어서야 하교하는데, 9시 등교를 시행하면 하교 시간이 30∼40분가량 늦춰지기 때문에 동절기(11∼1월)에는 학생 안전이 우려된다고 설명이다.

이 학교 교장은 “학생들이 논길을 10분가량 걸어나가 버스를 타고 집에 간다”며 “겨울에는 5시만 되어도 어둑해지기 때문에 특히 여학생 학부모들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이런 문제를 고려해 동·하절기를 구분해 9시 등교를 시행할 수 있다고 안내했으나 이후 구체적인 후속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기별 시간표를 동·하절기로 구분해 만들어 운영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동절기에는 해지는 시간이 빨라 하교 시간 안전사고를 우려해 9시 등교를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운영하는 학교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으로 앞으로 한 달간의 9시 등교 운영실태를 분석해 동절기 하교 시간문제를 비롯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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