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숨진 건물관리인…직원 더 대피시키려다 희생

폭우로 숨진 건물관리인…직원 더 대피시키려다 희생

입력 2014-08-27 00:00
수정 2014-08-2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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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상 중에도 “폭우에 입주민 안전 걱정된다”며 출근

지난 25일 내린 기록적인 폭우 때 숨진 40대 건물 관리자가 동료를 먼저 대피시킨 뒤 다른 직원을 더 대피시키려고 찾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3시20분께 부산 동래경찰서와 소방본부 직원들은 “건물관리인 조모(45)씨가 지하 4층에 내려갔다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동래구의 한 오피스텔 건물 지하를 수색했다.

하지만 건물 지하 3, 4층이 완전히 물에 잠겨 조씨를 찾지 못했다.

물을 빼낸 26일 오후 조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목격자들은 조씨가 이날 오후 2시40분께 지하 4층으로 내려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조씨는 5분 뒤 지하 4층 휴게실에 있던 환경미화원 2명에게 “여기 있으면 큰일 난다”며 지상으로 대피시키고 나서 자신은 계속 지하공간을 둘러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환경미화원들은 오후 3시 퇴근을 앞두고 대기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대피한 한 환경미화원(65)은 “밖의 상황을 모르고 있다가 조씨의 말을 듣고 황급히 대피했는데 그사이 지하주차장에 물이 가득 차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조씨가 아니었으면 목숨을 잃었을 텐데 정작 조씨가 빠져나오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미화원은 또 “조씨는 동료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더 찾아보겠다는 말을 한 뒤 다른 곳으로 갔다”고 경찰에 밝혔다.

조씨가 찾고 있다던 직원은 나중에 건물 지상에서 아무 탈 없이 발견됐다.

조씨는 사고 3일 전에 부친상을 당해 휴가 중이어서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폭우가 쏟아지자 “건물에 있는 입주민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사고 당일 오후에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3년 전부터 이 오피스텔 건물에서 설비 총책임자로 일하며 환경미화원 등 건물유지 인력들을 관리해왔다.

오피스텔 입주민 김모 씨는 “조씨는 상중에도 나와 일을 할 정도로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했으며 주민에게도 매우 친절한 분”이라면서 “조씨를 의사자로 지정해 달라고 관계기관에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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