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서 웬 수도·전기요금이…유대균 검거작전

빈집에서 웬 수도·전기요금이…유대균 검거작전

입력 2014-07-26 00:00
업데이트 2014-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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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유대균 수행원 동생의 빈 오피스텔에 주목

경찰이 25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를 경기도 용인 수지에서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도피 조력자들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가 결국 통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3개월 이상 이곳에 숨어 있었던 대균씨의 행방을 감지하지 못하다 유병언 전 회장의 사망이 확인된 이후 긴급히 정밀 수사에 나서 이 오피스텔의 존재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에 설치된 유씨 부자 검거를 위한 ‘경찰 총괄 TF’는 유씨의 사망을 확인한 21일 이후 대균씨 검거에 주력해 그의 수행원 등 도피 조력자들과 그 가족들이 소유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부동산 이용 현황을 분석해 왔다.

그동안 유씨의 도피 행각과 경로 등을 보면 유씨는 구원파 신도보다는 그의 개인 수행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경기도 등 대도시에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경찰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수행원 하모씨의 여동생(35)이 소유한 용인 수지의 한 오피스텔 7층 방이었다.

분명히 하씨의 여동생은 5월 이후에는 이곳에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수도요금과 전기료는 계속 나왔다.

그녀 외에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

경찰은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다. 주변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7층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고, CCTV에서도 7층에서 내리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이 CCTV에는 열흘치의 영상이 저장된다.

경찰은 이날 이런 내용을 내밀며 하씨 여동생을 추궁했다.

그녀는 “구원파 신도들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줬을 뿐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녀를 데리고 오피스텔로 향했다.

바로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관 8명이 오피스텔을 에워쌌다.

장기간 도피중인 대균씨의 심리 상태가 불안할 것으로 예상돼 투신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당국의 협조도 구했다.

소방당국은 즉시 출동해 오피스텔 주변 지상에 매트리스를 깔고 외벽에는 고가 사다리를 설치하는 등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췄다.

이날 오후 5시 본격적인 검거 작전이 시작됐다.

경찰관들이 오피스텔 문을 두들겼지만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경찰이 “문을 부수겠다”며 열쇠 수리공을 부르고서야 대균씨는 침묵을 깨고 순순히 문을 열고 나왔다.

그의 옆에는 줄곧 그를 따라다녔던 ‘신엄마’ 신명희(64.구속)씨의 딸 박수경(34)씨도 함께 있었다.

대균씨와 박수경씨, 하씨 여동생은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5.8평 크기의 오피스텔에서는 TV 등 가구는 없고 대균씨의 오랜 도피생활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짐과 5만원권으로 된 현금 1천500만원, 유로화 3천600유로(약 500만원)가 발견됐다. 휴대전화와 노트북도 있었지만 사용된 흔적은 없었다.

냉장고에는 하씨 여동생이 들여온 많은 음식이 보관돼 있었다.

TV가 없는 오피스텔에서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은데다 다른 사람의 왕래도 없어 대균씨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인천광수대로 가는 호송차 안에서 그는 아버지가 지난달 12일 변사체로 발견된 사실을 경찰관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4월 22일 오피스텔에 들어가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대균씨를 체포하려고 서울 서초구 염곡동 자택에 들어간 5월 13일에 이미 그는 이 오피스텔에 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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