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먼 여행 떠난 아빠…많이 보고 싶어요”

“하늘나라 먼 여행 떠난 아빠…많이 보고 싶어요”

입력 2014-07-20 00:00
업데이트 2014-07-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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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헬기 정비사 안병국 소방위 8살 아들 ‘손편지’

‘아빠가 사랑하는 아들 정환이에요. 하늘나라 먼 여행을 혼자서 떠나셔서 많이 많이 외로우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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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행복했던 한때
아빠와 행복했던 한때 헬기 사고 순직한 소방관 5명의 합동 분향소가 강원 춘천시 강원효장례문화원에 마련된 가운데 안병국(39) 소방위의 아들 정환(8)군이 직접 그림 그림과 손 편지를 들고 있다. 정환군의 그림에는 안 소방위가 생전에 막내 딸 정서(5)의 돌을 맞아 쓴 축하 메모와 가족사진도 붙어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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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간 아빠에게 쓴 편지
하늘나라로 간 아빠에게 쓴 편지 20일 오전 강원 춘천 동내면 거두리 강원효장례문화원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임무 수행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 합동 분향소’에서 순직 소방관의 아들이 아빠에게 쓴 편지를 들고 앉아 있다.
연합뉴스
소방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안병국(39) 소방위의 영정 사진 곁에 20일 큼직한 글씨로 꾹꾹 눌러쓴 손편지가 놓였다.

아들 정환이(8)가 아빠에게 쓴 편지다.

소방헬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지난 17일 오전 엄마는 정환이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천진난만한 8살 아들에게 그 느닷없는 죽음을 설명할 길이 도무지 없어 보였다.

”어, 저거 아빠 헬기다!”

정환이는 텔레비전 뉴스에 나온 사고 헬기를 알아봤다.

땅에 떨어진 헬기는 화염에 휩싸였다.

이튿날에는 멋지게 정복을 차려입은 아빠 사진이 뉴스 화면에 나왔다.

”아빠가 하늘나라에 갔으니까 우리같이 기도해주자.”

그제야 할머니는 목이 메는 목소리로 정환이를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정환이가 하얀 에이포(A4)용지에 연필로 쓴 편지에는 나이답지 않은 의젓함이 묻어나 가족들의 가슴을 또 한 번 아프게 했다.

’아빠 안 계시는 동안 엄마와 동생 정서를 내가 잘 돌보와(돌보아) 드릴께요(드릴게요). 사랑하는 아빠 하늘나라 먼 여행 빨리하시고 우리 같이 살아요. 아빠 많이 보고 싶어요.’

아빠 영정 옆에 색연필로 그린 그림도 뒀다.

크고 튼튼한 나무 옆에서 단추가 많이 달린 소방관 정복을 입은 아빠가 환하게 웃는 그림이다.

아빠는 금방이라도 다가와 아들을 안아줄 듯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이제 가족들은 아빠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순간을 추억으로 두게 됐다.

막내딸 정서(5·여)가 첫 돌 때 아빠가 써준 축하 메모, ‘우리 딸 정서의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아빠가.’

5개월 전 사진관에 가서 찍은 가족사진에는 온 가족이 양손을 볼에 갖다 대고 일명 ‘뿌잉뿌잉’ 애교를 선보이고 있다. 즐거운 한때였다.

안 소방위의 부인 한모(38·여)씨는 “지난 2월에 남편이 가족사진을 찍자고 해서 함께 가 찍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 곁에 선 정환이는 천진하게 웃다가도 이따금 멍한 표정으로 오가는 조문객들을 바라봤다.

이날 합동 분향소를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정환이를 만나 “어머니, 잘 모시고 훌륭하게 커요. 아빠가 그걸 원하실 거예요”라고 말하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한편 지난 17일 순직한 베테랑 정비사 안 소방위는 항공기 기체 정비만 14년째 담당했다.

기체 정비에 대해서는 소신과 고집이 강했던 그는 최근 급성폐렴으로 입원한 아버지(78)의 간호를 위해 한 달여간 경기도 성남과 춘천을 오갔던 효자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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