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커밍아웃때 마약했냐 묻더라”…홍석천 경찰에 쓴소리

“커밍아웃때 마약했냐 묻더라”…홍석천 경찰에 쓴소리

입력 2014-05-23 00:00
업데이트 2014-05-23 10:4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4년 전 제가 커밍아웃을 했더니 당시 마약수사팀 형사 4명이 영장없이 찾아와 ‘마약 한 적 없느냐’고 물어요. ‘맨정신에 동성애할 리가 없다’면서…. 아직도 막연하게 추측하는 분들 있을지 모르지만, 저 그런 거 안 합니다.”

22일 서울 용산경찰서가 ‘성소수자의 인권’을 주제로 개최한 강연회에서 방송인 홍석천(43)씨는 색안경을 쓰고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경찰관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이날 행사에는 용산서와 파출소 직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용산구에는 이태원과 해방촌 등지에 트랜스젠더 바나 게이 클럽이 많아 이곳 치안을 담당하는 용산서 직원들은 성소수자를 접할 기회가 많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는 경찰관도 적지 않다.

강연에 온 한 경찰은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가 방송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도 정말 개방됐다고 느꼈다”고 했고, 다른 경찰은 “왜 남자가 돼 ‘일반적’으로 살지 못하는지 궁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씨는 이들 앞에서 성소수자로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소개하고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를 전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홍씨는 “동성애자는 가족의 충격이나 사회적 시선을 우려해 자신의 성적 취향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배려를 당부했다. 그는 “경찰은 시민과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며 “인권 사각지대에서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사생활이 노출될까 봐 쉬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왔다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언급했더니 수사서류에 ‘동성애자 ○○○’이라고 명시해 조사과정에서 주변에 알려진 일도 있다”며 “가족과 직장 동료도 몰랐는데 경찰한테 ‘아우팅’(성소수자임이 밝혀지는 것)을 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저분한 성관계를 한다거나 마약을 한다는 등 잠재적인 범죄자로 성소수자를 보는 시각이 있다”며 “이런 보수적인 시각 때문에 성적소수자들이 협박이나 사기, 폭력을 당해도 신고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찰을 피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강연에 참석한 한인선 강력계장은 “선입견을 품고 수사하는 것은 아닌데 그들로서는 조금만 소홀해도 ‘성소수자라 차별대우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당사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수사해야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