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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군화에 짓밟힌 날에 퇴역군인·알바 동원”

유족들 “군화에 짓밟힌 날에 퇴역군인·알바 동원”

입력 2014-05-18 00:00
업데이트 2014-05-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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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5·18단체 빠진 34주년 기념식장 보훈단체·아르바이트로 채워

“군화발에 가족을 잃었는데 유족들을 몰아내고 퇴역 군인들과 일당으로 동원한 사람들을 내세워 기념식을 하네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썩어빠진 일을 하는게 말이 됩니까?”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5·18 민주화운동 34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그러나 기념식장에 마련된 5·18 민주 유공자석과 유족석에는 유족에게 지급하는 초록색 배지가 아닌 주황색 배지를 단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5·18단체들은 정부가 올해도 ‘님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 및 기념식에서의 제창 식순을 거부함에 따라 전날 추모행사만 진행하고 기념식에는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족의 기일이나 다름없는 날에 차마 묘역을 찾지 않을 수 없었던 일부 유족은 보훈처가 재향군인회 등 보훈단체와 일당을 주고 동원한 사람들이 관광버스에서 내려 기념식장을 채우는 모습을 밖에서 지켜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가짜 추모객들까지 동원해 정부가 지키려는 가치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박근혜 대통령과 박승춘 보훈처장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5월 어머니집 회원인 임현서(66·여)씨는 “남편이 34년 전 이날 금남로에서 군인들에게 맞고 있던 어린 학생들을 구하려다가 곤봉으로 폭행당해 숨졌고 나 역시 남편을 찾으러 사방을 헤매다가 군화발에 수차례 짓밟히고 가슴에 총구가 겨눠졌다”며 “이런 날 주인은 몰아내고 군인단체나 일당으로 동원한 사람들을 주인 행세 시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각 지역에서 합창단원이라고 하얀 웃옷을 입고 온 여성들이 일당받고 왔다는 말을 했다”며 “나랏돈으로 가짜 추모객을 모으는 촌극이나 벌이는 게 정부가 할 일인가. 아직도 나라가 34년 전에서 나아지지 못한 것 같아 속이 터진다”고 덧붙였다.

임씨와 함께 묘지에 온 문정복(73·여)씨는 “군 부대에서 가족이 오기도 전에 가매장시켜 마지막 순간은 커녕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보내야 했던 시아주버님을 기리려 매년 5월 18일에 이곳을 찾는데 차마 뵐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5·18 유족회의 관계자는 “멀리 살아 1년에 이 때 한 번밖에 찾아올 수 없는 사람들을 비롯해 기념식장을 찾아온 유족들이 몇명 있었는데 기념식이 열리는 동안 매점이나 밖을 지키다가 끝나고 나서야 묘역을 찾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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