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구하러 간다” 실종된 사무장 끝내…

“학생 구하러 간다” 실종된 사무장 끝내…

입력 2014-05-16 00:00
수정 2014-05-1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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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탈출 도운 양대홍씨 시신 수습 “아이 등록금 통장에” 마지막 통화 남겨

세월호 사고 당시 승객 및 승무원들의 탈출을 돕다가 실종된 양대홍(45) 사무장이 15일 끝내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양 사무장은 서비스직 승무원으로 ‘살신성인’의 귀감이 된 고(故) 박지영(22·여), 정현선(28·여)씨의 직속 상관이다.

양 사무장은 사고가 난 지난달 16일 오전 9시 20분쯤 3층 선원식당에 머물던 중 조리실에서 막 탈출한 조리원 김모(51·여)씨와 아르바이트원 구모(42·여)씨의 탈출을 도운 뒤 실종됐다. 당시 이들 3명은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배가 80∼90도 기울어진 상태라 갑판으로 통하는 문은 천장처럼 위에 있었다. 벽이 돼 버린 통로에는 손에 잡을 만한 것도 없었다. 양 사무장이 벽에 다리를 걸치고 올라간 뒤 김씨와 구씨에게 손짓했다. 김씨는 같은 방식으로 올랐지만 구씨는 오르지 못한 채 발만 동동거렸다. 양 사무장은 계속 재촉했지만 구씨는 “나는 무서워서 못 가”라며 울기만 했다. 양 사무장은 식당에 물이 차기를 기다린 뒤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구씨의 손을 잡았지만 그녀의 몸이 물속 무엇인가에 끼어 있어 빠져나오지 못했다.

양 사무장은 김씨에게 먼저 탈출할 것을 지시한 뒤 자신은 배에 남았다. 양 사무장은 잠시 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많이 기울어져 있다. 수협 통장에 돈이 있으니까 아이 등록금으로 써”라고 한 뒤 “지금 학생들 구하러 가야 한다. 길게 통화 못 한다. 끊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뒤 실종됐다.

기술직 선원 전원이 탈출한 와중에 서비스직 승무원의 장(長)으로서 명예를 지킨 양 사무장은 탑승객에 대한 서비스 총괄 업무를 담당했다. 양 사무장의 시신은 16일 오전 헬기로 거주지인 인천으로 옮겨져 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될 예정이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2014-05-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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