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저 침입해 빈 금고와 씨름…결국 줄행랑

대사관저 침입해 빈 금고와 씨름…결국 줄행랑

입력 2014-04-15 10:30
수정 2014-04-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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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크 대사관저 안방 금고 훼손…경찰 수사

‘어라, 문이 안 열리네?’

현관문 잠금장치의 비밀번호를 입력했고 ‘삐리릭’하고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까지 났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오후 9시 40분께 용산구 한남동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저 현관 앞.

쿠르마노프 우즈베키스탄 대사와 그의 가족이 모두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현관문과 씨름 중이었다.

문제는 번호 잠금장치와 나란히 설치된 열쇠 잠금장치였다.

대사 가족은 분명히 2시간여 전 외식을 하려고 번호 잠금장치만 잠그고 집을 나섰지만 돌아와 보니 어찌 된 영문인지 보조 열쇠 잠금장치까지 잠겨 있었던 것.

보조 장치는 평소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열쇠를 가진 가족이 없어 당장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순간 누군가 집 안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쿠르마노프 대사는 평소 잘 잠그지 않고 다니던 뒷 베란다 문을 떠올렸다.

예상대로 응접실 주방과 연결된 뒷 베란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은 뚜렷했다.

침입자는 안방에 있는 1m 높이의 철제 금고를 노린 듯했다. 드라이버와 같은 공구로 꽤 오랫동안 금고 손잡이 부분을 마구 쑤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안방 금고 외에 다른 물건에 손을 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침입자는 오직 이 금고에만 공을 들였지만 끝내 금고를 열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작 이 금고는 대사 가족이 사용하지 않는 빈 금고였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쿠르마노프 대사의 신고로 범인을 쫓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뒷 베란다로 침입한 범인이 현관문 보조 잠금장치를 잠그고 안방 금고를 부수려다가 대사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에 뒷문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대사관저에는 경비실, 현관, 뒷 베란다 등 3곳에 CCTV가 있었지만 모두 고장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금고를 부수려고 한 것 외에 현장에 발자국 등 다른 흔적은 없었다”며 “주변 CCTV를 분석하는 등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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