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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구제역 악몽이”…진천 AI 살처분 현장

”3년전 구제역 악몽이”…진천 AI 살처분 현장

입력 2014-01-28 00:00
업데이트 2014-01-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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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는데, 자식처럼 키웠던 오리를 결국 묻어야 한다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감염 의심이 신고돼 28일 살처분에 들어간 충북 진천군 이월면 삼용리 오리 농장의 A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오늘 새벽 축사에 가보니 또 오리가 죽어 있어 앞이 캄캄했다”며 “말을 할 힘도 없다”며 깊은 한숨을 지었다.

이 농장에서 AI 징후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26일 오후다. 당시 죽은 오리 7마리가 발견된 뒤 27일 오전에도 7마리가 폐사했다. 이날 오전에 또다시 20여 마리가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천군은 고병원성 AI 판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이 농가와 반경 500m에 있는 또 다른 농장의 오리 1만400여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갔다.

이날 살처분에 동원된 진천군 공무원들은 3년 전인 2011년 구제역의 공포를 떠올렸다.

박모(53)씨는 “당시 돼지 살처분 작업을 한 뒤 한동안 악몽에 시달렸다”며 “또다시 오리를 살처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말했다.

살처분에는 공무원 40여명이 동원됐다. 공무원들은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를 2차 감염을 우려해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작업복을 입으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화훼단지가 조성되는 등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이곳은 27일 오전부터 방역 초소가 설치되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이날 살처분이 결정되면서 해당 농가로 통하는 도로 곳곳이 출입 통제돼 마치 비상사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주변 마을 농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AI 판정이 내려지면 해당 농가 반경 3㎞ 농장의 오리·닭도 살처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에는 12개 농가가 닭 10만여 마리와 오리 13만1천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한 농민은 “고병원성 AI가 아니라는 판정이 나오기만을 기도하고 있다”며 “설을 앞두고 자식처럼 키운 오리를 묻는 상황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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