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수사, 부유층에 경각심 줬을까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수사, 부유층에 경각심 줬을까

입력 2013-02-20 00:00
업데이트 2013-02-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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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대상자 47명 전원 집행유예…유죄 인정된 점은 소득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1차 기소 대상 학부모 47명에 대한 선고공판이 마무리되면서 일단락됐다.

위조 서류를 이용,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 47명은 19∼20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6∼10월에 집행유예 2년, 80∼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

기소 대상자 전원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실형을 피하게 되자 국민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재벌가 며느리 등 부유층의 금전만능주의와 도덕불감증에 철퇴를 가하기에는 처벌 수위가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분노에 가까운 국민감정이 형성된 데는 부유층 학부모들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려고 각종 탈법 행위를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한국인 남편과 이혼 후 에콰도르 국적 외국인과 위장결혼을 했다.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일 경우 외국인학교 입학이 가능한 점을 악용한 것이다.

다른 학부모는 불가리아와 영국 여권을 위조해 딸을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고, 더 좋은 외국인학교에 전학시키기 위해 과테말라 위조 여권을 재발급 받기도 했다.

서류를 위조하고 허위 외국국적을 취득하는데 4천만∼1억5천만원의 거액을 브로커에게 지급해야 했지만 부유층 학부모에게 돈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법도 양심도 무시하는 이들의 행태에 국민 여론이 등을 돌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부유층 사이에서는 외국인학교가 최근 2∼3년 사이 조기 유학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조기 유학은 비용도 많이 들고 자녀의 탈선 가능성도 크지만 외국인학교는 국내에서 생활하며 일정 정도 이상의 학점만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어 영국·미국의 명문대 입학에 유리하다.

외국인학교는 보통 한 해 수업료가 2천만원에 이르고 기숙사비 등을 합치면 3천만∼4천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일반학교를 보내도 사교육비 지출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투자한 만큼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게 부유층 학부모의 계산이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애초부터 학부모에게 실형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기소된 학부모들에게 적용된 위조 사문서 행사나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1천만∼1천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해당한다.

그러나 기소된 학부모 대부분이 동종 전과가 없는 초범이어서 실제 감옥살이를 하게 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됐으며, 실제로 선고 결과 이런 관측이 들어맞게 됐다.

비록 법원 판결이 국민감정과 일치하진 않더라도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수사는 나름대로 성과도 거뒀다.

검찰은 외국인학교 편·입학 과정의 비리와 관련해서는 국내 첫 수사였다며, 법 감시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외국인학교의 입학 과정을 투명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10월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방지대책을 마련, 시행에 돌입했다.

교과부는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비율을 30% 이하로 제한한 규정을 위반한 학교에 대해서는 연차적으로 감축계획을 제출토록 할 예정이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정원감축, 학생모집 정지 등 행정처분도 수반된다.

외국인학교의 정보공시도 현재는 학생 수, 입학생 수, 졸업생 수 정도만 공시하지만 앞으로는 내·외국인 학생을 구분해 공시하고 국적별 외국인 학생현황, 학비 일체 등도 공시토록 했다.

인천지검은 입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학부모들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현대가 며느리인 전 아나운서 노현정(32) 씨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탤런트 출신 박상아(40) 씨도 이달 중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들은 3년 이상 외국 체류 조건을 갖추지 않고도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외국인학교 관계자들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한 조사까지 마치고 5개월간 진행한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수사를 3월 초 마무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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