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장학사시험 문제 유출은 ‘조직적 범행’

충남 장학사시험 문제 유출은 ‘조직적 범행’

입력 2013-02-14 00:00
업데이트 2013-02-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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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리 장학사 등이 역할 분담 ‘검은 거래’…출제위원도 가담

1천만∼3천만원에 장학사 자리를 사고 판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 선발시험 문제 유출사건의 거의 전모가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건은 시험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본청 담당 장학사 등 관련자들이 직접 ‘문제 유출-교사 물색-수금책’ 등으로 각각의 역할을 나누고 출제위원들까지 끌어들인 조직적 범행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들 장학사는 미리 시험문제를 만들어 응시 교사들에게 건넨뒤 출제위원을 포섭해 예정된 문제가 출제되도록 하고, 교사는 돈을 주고 시험 문제를 샀다. 교육계의 추악한 ‘검은 거래’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시험 문제를 돈으로 사고 판 교사와 장학사, 관련 출제위원 등 이번 사건으로 사법처리 됐거나 예정인 인사만도 25명에 달한다.

◇문제 유출·돈거래 과정 = 14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충남교육청 소속 인사 담당 장학사 A씨와 감사 담당 장학사 B씨는 이미 구속된 충남의 한 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 C씨와 함께 ‘시험 문제를 가르쳐 줄 테니 돈을 달라’며 장학사 시험을 준비하는 교사들과 접촉했다.

A씨는 시험문제 출제위원을 포섭했고, B씨는 시험을 준비하는 교사들을 물색했다. C씨는 해당 교사들과 만나 문제를 주고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거나 과거에 같은 학교에 근무하며 친분이 있는 교사와 대학 선후배 교사 등이 대상이었다.

시험 문제 거래 가격은 1천만∼3천만원선.

논술시험 없이 면접시험만 보는 교사는 1천만원, 인지도가 높고 경력이 있는 교사는 2천만원, 그렇지 않은 교사는 3천만원으로 문제에 대한 가격도 정했다.

이들은 특히 시험문제 출제위원이 소집되기도 전에 미리 시험문제를 만들어 응시 교사들에게 건넸고, 출제위원을 포섭해 예정된 문제가 출제되도록 유도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논술시험과 면접시험 출제위원은 각각 7명과 5명이지만, 분야별로 2명씩만 포섭하면 자신들이 만든 문제가 출제되도록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출제 과정에서 문제가 바뀌더라도 시험을 관리하는 A씨가 시험문제 출제위원들이 합숙하는 장소에 수시로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새로운 문제를 응시 교사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경찰은 1개월에 걸친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관련자 100여명에 대한 통화내역 및 계좌 추적 분석을 통해 문제 유출을 주도한 혐의로 A씨와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이런 문제 유출 과정을 밝혀냈다.

돈을 주고 문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는 중등 16명과 초등 2명 등 모두 18명.

이미 구속된 교사 D씨를 제외하면 17명 전원이 사법처리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한 교사는 돈을 주고 산 문제를 다른 교사에게 되파는 대범함을 보여 경찰도 혀를 내둘렀다.

A씨 등 관련자들이 문제 유출 대가로 끌어모은 돈은 현재까지 확인된 금액만 2억6천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C씨 지인의 은행 계좌에 계좌추적에 대비해 되돌려준 2천여만원을 제외한 2억3천800만원이 있는 것을 확인, 전액 압수했다.

C씨의 지인은 경찰조사에서 “돈을 맡아달라고 해 맡았을 뿐 어떤 돈인지는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 장학사와 교사 간에 주고 받은 돈이 더 있을 것으로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윗선 개입 여부는 = 이제 남은 과제는 이른바 ‘윗선’의 개입 여부.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문제 유출이 도교육청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고, 결국 상당부분이 사실로 드러났다.

따라서 이들이 왜 시험 문제를 유출하려 했는지, 조성된 돈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흘러갈 예정이었는 지 밝히는 수사가 뒤따를 전망이다.

경찰은 구속된 장학사가 갖고 있던 대포폰 14대 가운데 3대가량의 사용자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교육청 관계자의 추가 입건 가능성을 열어 놨다.

비리 장학사들은 경찰조사에서 “(모은 돈을) 충남교육의 발전을 위해 쓰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번 문제 유출 사건에 대한 보다 윗선의 개입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며 “돈의 최종 목적지를 찾는 게 수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등 장학사 시험뿐만 아니라 초등 장학사 시험에서도 2명이 돈을 주고 문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제3의 인물이 문제를 유출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대현 충남경찰청 수사2계장은 “A씨와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돈을 받은 교사와 출제위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시험 비리와 관련 교육청의 다른 장학사나 윗선 등이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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