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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말 없는 피해자 목소리도 들어야…”

”법원은 말 없는 피해자 목소리도 들어야…”

입력 2013-01-25 00:00
업데이트 2013-01-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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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사형 선고 판결문으로 본 울산지법 재판부의 고민

울산 자매살인 사건의 피고 김홍일에게 사형을 선고한 울산지법은 25일 판결문에서 고민의 흔적을 내비쳤다.

울산지법 제3형사부 재판장 성금석 판사는 이날 선고에 앞서 “피고에게 교화·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홍일이 26세로 나이가 아직 어리고 전과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또 김홍일이 전체적으로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불우한 성장과정을 거쳤으나 큰 문제 없이 살아온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곧이어 피고가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하고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홍일은 범행일인 지난해 7월20일 전에, 스마트폰으로 범행 도구를 검색하고 구입했다.

범행 당시 그는 동생을 먼저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피해자의 집을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119에 구조요청 중인 언니를 연이어 살해했다.

성 판사는 “불과 3분20초 만에 동생과 언니를 난자하는 범행을 저지른 것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다수 국민에게 엄청난 경악과 충격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반성에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홍일은 재판 과정에서 수차례 반성문을 냈으나 사형을 피하기 위한 행위일 뿐, 참회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김의 가족이 구치소에서 나눈 대화의 내용을 봐도 피고의 잘못을 꾸짖기보다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 이기주의를 드러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김홍일이 경찰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처음에는 계획적으로 범행했다고 하다가 우발적 범행이라고 말을 바꾸고 피해자가 자신을 모욕한 것처럼 꾸며냈으며 범행 이후 죄책감에 자살을 시도한 것처럼 가장한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김홍일이 정신감정을 신청했으나 범행 당시 사물 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정상범주 내에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국민적 관심과 염원, 잔인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사형제도의 위력’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피해 가족과 친구가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통해 김에게 사형이 선고되기를 바라고, 이는 사형 양형의 조건 중 하나인 ‘피해 감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미 고인이 된 피해자들은 아무런 말이 없으나, 억울하게 살해당하여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피해자들의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법원의 의무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극악한 범죄 예방을 위해 김홍일을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사형의 선택은 불가피하며 이번 사건과 재판을 통해 사형제도가 잔인한 범행을 억제·예방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마무리했다.

울산지법에서 사형을 선고한 판결이 나온 것은 11년 만이다. 울산지법은 지난 2002년 2명을 강간하고 살해한 살인범에게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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