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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털이 경찰관이 주도… ‘그만두자’는 공범 설득

금고털이 경찰관이 주도… ‘그만두자’는 공범 설득

입력 2013-01-23 00:00
업데이트 2013-01-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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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기술 좋은 친구에게 범행 제의 시종일관 ‘주범’ 노릇

“손등이 긁혔어. 그만둬야겠어.”(금고털이범)

”계속해.”(경찰관)

경찰관이 낀 우체국 금고털이 2인조의 범행과정이 경찰과 검찰 수사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23일 발표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두 사람의 만남에서 범행까지를 재구성했다.

김모(45·파면) 경사는 1997년 여수경찰서 삼산파출소에서 근무하며 박모(45)씨를 알게 됐다.

변사사건의 초동 조치를 담당한 김 경사는 병원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관리하던 동갑내기 박씨와 잦은 대면으로 절친해졌다.

형사계 근무로 범죄 정보를 익힌 김 경사는 손기술이 뛰어난 박씨에게 절도를 제의했다.

이들은 2005년 6월 22일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879만원을 훔쳐 나눠 가지면서 ‘한 배’에 올라타게 됐다. 이 범행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

불법 오락실을 단속하던 김 경사는 업주와 통화한 사실이 적발돼 2011년 6월 삼일파출소로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김 경사는 순찰지역인 월하동 우체국의 보안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또 한번 범행을 제안했다.

박씨에게는 8천만원의 빚이 있었고 딸이 대학에 입학해 등록금이 필요했다.

김 경사는 지난해 11월 29일 보안 점검을 핑계로 휴대전화를 이용해 우체국 내부를 촬영, 박씨에게 금고와 CCTV 위치 등을 설명했다.

박씨는 산소 용접기, 전동 드릴, 스프레이 등을 우체국 주변에 숨겨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범행일인 12월 8일 오후 11시께. 김 경사는 약속한 장소에 나온 박씨에게 무전기를 건네주고 자신은 망을 봤다.

박씨는 곧바로 우체국 건물로 들어가 CCTV에 래커칠을 하고 인접 식당에 침입, 뒷벽과 금고 뒷면을 잘라냈다.

박씨는 벽면 패널에 손등이 긁히자 무전기로 “그만 두겠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왔지만 김 경사는 다시 들어가도록 설득했다.

손등이 긁히면서 남은 피부 DNA는 결국 수사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

5천213만원을 훔쳐 나온 박씨는 다음날 오전 4시께 인근 다리 밑에서 김 경사와 돈을 나눴다.

김 경사는 1천500여만원을 야산에 숨겼다가 며칠 뒤 아버지 묘소 인근 텃밭으로 옮겨 묻었고 박씨는 집 주변 공원 다리 밑 돌틈에 나머지 돈을 끼워뒀다.

이들의 범행은 2005년 사건처럼 발각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우체국 내부를 찍는 김 경사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본 경찰의 수사로 전모가 드러났다.

박씨는 지난 16일, 김 경사는 22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경찰은 2008년 2월 발생한 금은방 절도 등 6건의 미제사건과 이들의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지만 금은방 절도 건 외 나머지 5건은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

연관성 입증 자체도 어렵겠지만 입증한다해도 처벌할 수 없게 됐다.

순천지청 형사 2부 장봉문 부장검사는 “금고털이를 주도한 어처구니 없는 경찰관이 엄벌받도록 하고 김 경사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각종 사건에 대해서도 의혹이 남지 않도록 말끔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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