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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털이’ 17살 소녀, “낙태해야 한다며” 판사에게…

‘차털이’ 17살 소녀, “낙태해야 한다며” 판사에게…

입력 2013-01-16 00:00
업데이트 2013-01-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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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7명 임신 상태서 재판 넘겨져…낙태 막으려 소년원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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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경남 창원시의 미혼모 출산센터에서 17살 A양이 건강한 딸을 낳았다.

이 소녀는 보통의 미혼모가 아니라 범죄를 저질러 지난해 법원에서 소년보호 처분 가운데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 받은 상태였다.

10호 처분을 받으면 최장 2년 동안 소년원에서 생활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상습절도 혐의로 천종호(48) 부장판사가 재판장인 창원지법 소년부 법정에 선 A양은 당시 임신 4개월이었다.

A양은 모르는 남자에게서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했다며 낙태를 하려 하니 집으로 보내 달라고 떼를 썼다.

그러나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실제로는 함께 차량털이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해 임신을 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천 판사는 고민에 빠졌다.

낙태를 고집하는 A양에게 집으로 돌려보내는 ‘1호 처분’을 하면 뱃속의 아이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낙태 자체가 불법이라 법관의 양심으로 묵인하기도 어려웠다.

반면 소년원에 보낸다면 원치 않고 축복받지도 못하는 아이를 출산해 미혼모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달간 고민한 끝에 낙태를 막기 위해 ‘10호 처분’을 내렸다.

A양은 소년원에서 두 달 넘게 생활하다가 출산이 임박하자 미혼모자(母子)공동생활가정인 ‘로뎀의 집’으로 옮겨서 아이를 낳았다.

천 판사는 소년원에서 거처를 옮기기 위한 보호처분을 내리는 법정에서 A양에게 배냇저고리를 선물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산모와 전화 통화를 하고 미역국 끓일 용돈을 보내줬다.

공갈·절도 혐의로 2011년 2월 영장실질심사 법정에 선 18살 B양도 임신 사실이 드러나 소년원을 거쳐 로뎀의 집에서 아이를 낳았다.

천 판사는 이 소녀에게도 출산 전에 배냇저고리를 보냈다.

2010년 2월부터 창원지법에서 소년부 재판을 전담하는 천 부장판사는 임신한 소녀들이 법정에 설 때 가장 마음이 아프고 어떤 보호처분을 내릴지 결론 내리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천 판사가 소년재판을 맡은 3년간 7명의 소녀가 임신한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 서기 전에 이미 낙태를 한 경험이 있는 소녀들도 흔히 볼 수 있다고 천 판사는 말했다.

7명 가운데 5명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를 낳았고, 2명은 낙태를 했다.

아이를 낳더라도 미혼모들은 당장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친다.

제대로 키울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이의 아버지 역시 대부분 10대일 뿐만 아니라 범죄를 저질러 형을 사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아이를 잘 키우겠다”며 고심 끝에 아이를 낳더라도 한두 달 안에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다.

천종호 판사는 16일 “인권위 보고서를 보면 국내에서 한해 청소년 임신이 1만 5천 건이나 된다”며 “판사가 아니라 부모의 입장에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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