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엔 3000원… ‘생활고’ 노부부 동반자살

통장엔 3000원… ‘생활고’ 노부부 동반자살

입력 2012-06-27 00:00
수정 2012-06-2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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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기증하겠다” 유서 남겨

생활고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60대 노부부가 ‘시신을 대학에 기증하겠다.’는 유서를 남긴 뒤 목을 매 숨졌다. 지난 25일 오후 10시 50분쯤 인천시 남구 숭의동 주택에서 여모(69)씨와 아내 김모(68)씨가 숨져 있는 것을 다른 세입자 김모(49)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여씨는 부엌에서 목을 맨 채, 김씨는 거실에 눕혀진 채 숨져 있었다. 김씨도 목을 맨 자국이 있었으며 이불이 덮인 상태였다. 경찰은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여씨는 김씨가 숨진 뒤 유서 2장과 시신기증 서약서 등을 남겼다. 유서에는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향해 악착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몇 년 전부터 동반자살을 준비해 왔다. 이제는 그만 죽고 싶다.”고 쓰여 있었다. 또 “아내가 먼저 목을 매 숨졌다. 내가 스카프로 아내의 목을 다시 졸랐다. 나도 같이 죽은 뒤 인하대에 시신을 기증하겠다. 부검을 하면 시신 기증이 안 된다고 하니 경찰은 부검을 하지 말아 달라.”고도 썼다.

이들 부부는 지난 5월 25일 인하대병원을 찾아 시신기부 서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측은 “집 보증금 300만원을 제외한 이들 부부의 통장 잔고는 3000원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월 30만원의 노인 수당으로 근근이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씨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한 명 있지만 연락을 끊은 채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여씨가 김씨를 숨지게 한 흔적이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의 부검을 의뢰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2012-06-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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