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가혹행위 절반은 반복적 폭행”

“軍 가혹행위 절반은 반복적 폭행”

입력 2012-06-06 00:00
업데이트 2012-06-0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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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병영문화 개선 토론회

“군의 제대로 된 사과요? 아들 죽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들은 것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2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자살한 정모(21) 훈련병의 어머니 강모(48)씨는 아들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생각에 아직도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정 훈련병은 지난해 1월 입대해 논산 훈련소에서 교육을 받다가 중이염에 걸렸다. 부대 지휘관에게 “귀가 아프니 치료를 받게 해 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당시 군의관들은 “증상이 민간 병원에 갈 수준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치료를 애원하는 정 훈련병을 쫓아냈다. 결국 정 훈련병은 훈련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해 2월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씨는 “아들이 가족에게 보내려고 한 편지에는 계속해서 치료를 요청했지만 부대에서 묵살했다는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다.”면서 “아이가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집에 전화 한 통 하게 해주지 않았다.”며 눈물을 훔쳤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 조사를 거쳐 국방부와 해당 부대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인권위는 5일 인권친화적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구타와 욕설 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군 관계자들의 사고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007년부터 지난 3월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군 관련 진정 사건은 모두 405건이다. 전체의 55.1%인 223건이 폭행과 욕설 등 비인간적 처우에 연루된 사건이다. 223건 중 폭행 및 가혹행위와 관련된 진정이 122건으로 가장 많았고, 폭언은 45건이었다. 특히 폭력적인 문화로 목숨을 끊거나 질병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하는 등 생명권을 침해받은 사건도 56건에 달했다.

병사들 사이에서 벌어진 폭행 및 가혹행위는 전체 122건 가운데 64건으로 52.4%를 차지했다. 장교의 병사 폭행은 31.1%인 38건, 반복적인 폭행은 52.5%인 64건으로 집계됐다. 또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당하고도 침묵한 행위도 45.1%인 55건에 이르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 내 폭력은 계급을 불문하고 의례적인 일로 인식, 용인하는 군대 문화 탓”이라면서 “제도 개선부터 폭력적인 문화 척결 등 다양한 방법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2012-06-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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