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살인 ‘진범 패터슨’ 판단 근거는

이태원살인 ‘진범 패터슨’ 판단 근거는

입력 2011-12-22 00:00
업데이트 2011-12-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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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범벅·배낭·주사기로 뿌린듯한 혈흔혈흔형태분석 등 첨단기법 동원

1997년 4월3일 밤 이태원의 한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난자당한 채 살해된 대학생 조중필(당시 22세)씨.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으로 불리며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사건은 15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진범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

애초 범행 현장에 있었던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를 진범으로 지목했던 검찰이 당시 같이 있었던 아더 패터슨(32.사건당시 18세)을 22일 살인 혐의로 기소함에 따라 이 사건은 중대 기로에 섰다.

둘 중 누가 진범인지 논란이 일던 와중에 리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패터슨 쪽으로 의혹의 시선이 옮겨졌고, 검찰은 미국으로 도피한 지 10여년 만에 현지에서 범죄인인도 재판을 받고 있는 패터슨을 기소한 것이다.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범행 재연과 각종 첨단 수사기법을 동원해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반드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진범을 확신하는 근거 = 검찰은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증거를 찾으려고 첨단 과학수사기법인 혈흔형태분석과 진술분석기법을 적용했다. 이런 기법은 사건 당시엔 없던 것으로 지난 2008년 국내에 도입됐다.

검찰은 우선 조씨가 살해 당시 배낭을 메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이번에 새로 밝혀진 사실로 범인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애초 검찰은 조씨보다 키가 6㎝ 작은 패터슨보다는 2㎝ 큰 리가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부검의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야 소변을 보던 조씨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처음에 목을 세 차례나 찌를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조씨가 배낭을 메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한 결론이었다. 패터슨이 조씨 뒤에서 배낭을 붙잡아 고정해놓고 충분히 범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 현장의 혈흔분석 결과는 결정적인 이유다.

당시 조씨가 서 있던 소변기 정면 벽에는 마치 주사기로 뿌린 듯한 일자형의 핏자국이 있었는데, 이는 조씨가 오른쪽 목을 세 차례 찔린 뒤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동맥 절단으로 분출된 핏자국이었다.

그런데 패터슨은 “조씨는 리로부터 오른쪽 목을 세 번 찔린 뒤 오른쪽으로 돌아섰고, 그 뒤 가슴과 왼쪽 목을 차례로 찔렸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리는 “조씨는 패터슨에게 찔린 뒤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고 말했다.

왼쪽으로 몸을 돌려야 이런 핏자국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인은 패터슨일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사건 직후 패터슨의 얼굴과 양손, 상하의 모두 피범벅이 된 점도 진범이라는 근거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반면 리는 상의에 핏방울 몇 개가 묻었을 뿐이었다.

몸을 밀착해 9차례나 난자했다면 범인이 피로 뒤덮였을 것이라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것이다.

패터슨은 리가 흉기를 어떻게 잡았는지, 몇 차례 어디를 찔렀는지 자세히 진술했는데, 이는 예상 밖의 범행 목격자로서 이례적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사건 직후 패터슨은 “범행 뒤 리가 버린 흉기를 내가 가지고 나와 버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살인범이 범행도구를 현장에 두는 건 자기를 잡아가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패터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패터슨은 자신의 피묻은 옷을 불태웠지만 리는 평소처럼 집에 벗어뒀다는 점도 패터슨을 더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검찰은 최근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미군 범죄수사대 수사책임자로부터 최근 “패터슨이 범인이며, 한국 법정에서 증언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14년 전엔 왜 리를 지목했나 = 그럼 왜 사건 초기 검찰은 패터슨이 아닌 리를 범인으로 보고 그를 기소했을까.

우선 부검의의 소견이 작용했다. 조씨가 배낭을 메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부검의는 “조씨가 건장한 대학생임에도 반항흔이 없어 범인은 그를 제압할 정도로 덩치가 큰 사람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100㎏이 넘는 거구의 리를 지목한 것이다.

당시 국내에는 혈흔분석기법이란 것도 없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패터슨은 진실 반응이, 리는 거짓반응이 나온 점도 패터슨에게는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

범행 전 리가 범행에 쓰인 흉기로 햄버거를 잘랐고 “그가 마지막에 흉기를 갖고 있었다”는 동료의 진술도 나왔었다.

또 리가 ‘아리랑치기를 해본 적 있느냐. 겁나느냐. 사람 찔러봤느냐’ 등의 말로 패터슨을 놀렸다는 주변 진술 역시 그를 범인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검찰은 리가 화장실 앞에서 패터슨에게 흉기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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