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FTA 반대글’ 논란…이념갈등 조짐도

판사 ‘FTA 반대글’ 논란…이념갈등 조짐도

입력 2011-11-29 00:00
업데이트 2011-11-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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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법관들이 페이스북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판글을 올려 논란이 이는 사운데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두고 사법부 내부에서 여러 이견이 표출돼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페이스북과 내부통신망 게시글을 올린 판사들이 진보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회원들로 알려지면서 사법부 내 이념 갈등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29일 대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변민선(46·연수원 28기) 판사는 전날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짧은 소감’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최근 상황은 사법부의 독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글에서 “언론보도 몇 시간 만에 (한미 FTA 반대글을 올린) 부장판사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법관 개인이 페이스북에서 사적으로 얘기한 것을 공론의 장으로 끌고 와 재판 공정성을 단죄하고 의사표현을 위축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변 판사는 이어 “헌법에서 부과한 법관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역시 헌법에서 보장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생활 비밀의 자유 사이에 법적 쟁점이 많다”며 “우선 일선 판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한 다음 윤리위에 회부할지 결정했어야 한다”며 대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대법원은 지난 25일 최은배(45·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는지 심의하겠다며 공직자윤리위 회부 결정을 내렸다.

또 판사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FTA 비판글을 쓴 창원지법 이정렬(42·23기) 부장판사는 KBS ‘개그콘서트’가 끝난 지난 27일 오후 “오늘 개콘 보면서 하고 싶은 말 시원하게 하는 개그맨분들이 너무 부럽다”며 “페북도 판사는 하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계속할 거야”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근 이 같은 글을 올린 법관들이 회원으로 있는 우리법연구회에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6ㆍ29 선언 이후 5공화국에서 임명된 사법부 수뇌부가 유임되자 이에 반발해 2차 사법파동을 주도한 판사들이 모여 만든 법원 내 대표적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 박시환 대법관 등 몇몇 회원이 요직에 발탁되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법부 내 사조직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초 120여명이 가입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작년 5월 공개한 회원 명단에는 잇단 논란 탓에 회원 수가 60여명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부 좌편향’ 논란이 일 때마다 보수진영의 집중 공격을 받아온 우리법연구회가 이번 페이스북 글 논란에서도 뚜렷한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적 중립 논란에 휩싸이는 양상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25일 “법관은 언동과 처신을 항상 유념해 신뢰를 저버리거나 훼손할 만한 행동을 자제하고 성찰해야 한다”며 일부 법관들의 언행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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