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없나요”…소비자·업계 물량 확보 전쟁

“천일염 없나요”…소비자·업계 물량 확보 전쟁

입력 2011-04-10 00:00
업데이트 2011-04-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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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방사능 여파..5년 기본 10년치까지 주문

“5년은 기본이고 10년 먹을 것까지 주문하고 있습니다.”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따른 방사능 공포로 천일염 사재기가 도를 넘고 있다.

일 년에 천일염 1~2포대(20㎏)를 먹던 소비자들이 10~20포대까지 주문하면서 주 생산지인 신안지역 소금 창고가 텅텅 비어가고 있다. 1~3년 묵은 천일염은 바닥이 났으며 지난달 28일 생산을 시작한 햇 소금도 팔려나가고 있을 정도다.

일본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 해역까지 흘러들어 오면 소금도 오염될 것이라는 걱정과 방사능 오염을 막는 요오드가 천일염에 많이 함유됐다는 소문이 겹치면서 소금 물량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신안군과 태평 소금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62%를 차지하는 신안 천일염이 비수기인 요즘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

단일면적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인 증도 태평 염전 천일염을 가공 판매하는 태평 소금은 일본 원전사고 이후 2주 만에 30㎏짜리 묵은 소금이 동났다.

현재 남아 있는 천일염은 대기업 계약 물량이 전부다.

태평 소금은 전화 4대가 온종일 불이 날 정도로 주문이 밀려오지만, 재고 물량이 없어 주문을 받지 않은 지가 보름 정도 됐다고 한다. 20, 30㎏ 이상 대포장 천일염 주문 판매는 언제 재개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태평 소금 박희창(33) 대리는 “원전 사고로 바닷물 오염이 오랫동안 지속할 것을 우려한 소비자들의 천일염 주문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5년은 기본이고 10년치 소금을 주문하는 예도 많다”고 말했다.

신안군 천일염산업과도 천일염 주문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생산자를 연결해 사달라는 전화가 온종일 걸려와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지경이다”면서 “생산자들에게 전화해도 천일염이 없다는 말만 되돌아올 뿐이며 값도 50% 이상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신안군 천일염 생산자연합회 박성창 회장은 “소비자와 유통업계가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오염되지 않은 천일염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면서 “일부 생산자가 물이 질질 흐른 햇 소금까지 팔아 질 저하도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최재곤(41.목포시)씨는 “어머니가 천일염을 사 달라고 해 소금 판매점과 생산자까지 모두 알아 봤지만 소금을 살 수가 없었다”면서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다가 오염된 천일염을 먹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안지역은 전국 염전 면적의 57%와 생산량 62%를 차지하는 천일염 주 생산지며 게르마늄 등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한 갯벌에서 생산돼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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