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치매환자 제동시간 1.5배 걸린다

초기 치매환자 제동시간 1.5배 걸린다

입력 2010-09-28 00:00
업데이트 2010-09-2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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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노인보다 브레이크 조작 반응 0.6초 늦어

자동차를 운전할 때 치매환자가 제동장치(브레이크)를 밟는 반응 속도가 일반 운전자보다 늦은 것으로 국내에서 처음 조사됐다. 이에 따라 치매 환자의 차량이 달리는 흉기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아 이들에 대한 운전면허 재검사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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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질병관리본부의 ‘치매 환자의 운전 위험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내 진단을 받은 경증 알츠하이머형 치매환자가 일반 노인보다 운전 중 브레이크를 조작할 때 반응이 0.6초가량 늦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반인보다 앞 차량과의 거리 간격을 좁게 유지해 사고 위험이 더욱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가 경북대 의과대학 신경과교실 이호원 교수팀에 의뢰한 이번 연구는 경증 치매 환자 16명(평균연령 73세)과 치매는 아니지만 정상적인 노인에 비해 기억력 등이 떨어지는 경도인지장애자 22명(70세), 65세 이상 정상 노인 27명에 대한 ‘운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진행됐다. 연구결과 경증 치매 환자는 다른 차량이 끼어들기를 할 경우 브레이크 조작 반응 속도가 1.8초로 나타나 정상 노인보다 0.6초, 경도인지장애자보다 0.4초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차로에서 충돌 위험이 일어났을 때 브레이크 조작 반응 속도는 1.6초로 일반 노인보다 0.2초 늦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개가 낀 기상상태에서 교량을 통과할 때 앞차와의 거리를 조사한 결과, 치매 환자는 35㎝를 유지했다. 반면 일반 노인은 51.4㎝의 거리를 뒀다.

연구진은 “치매 운전자는 안전 여부를 인식하지 못한 채 운전할 가능성이 높아 사고 위험이 더욱 클 수 있다.”며 “앞으로 표본 조사를 늘려 표준화할 수 있는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치매 환자의 운전 능력을 재평가하는 외국의 사례에 비춰 우리나라의 치매 운전자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와 캘리포니아주, 영국 등은 치매 환자의 운전을 제한하거나 재시험을 보도록 하고 있다. 또 일본은 노인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치매 유무와 인지능력을 검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향정신성의약품과 알코올 중독자, 정신병자 등에 대해서는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있지만 치매 환자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교통안전공단 정관목 교수는 “교통사고는 운전자의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한 만큼 1초 미만의 차이라도 더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치매 등 환자 운전자의 권리와 교통 안전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표준화된 검증절차가 공론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확한 치매환자 운전자 수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는 106만여명에 이른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2010-09-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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