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이후] “후배 구하러 간다고 전화 끊자더니…” 부인 오열

[천안함 침몰 이후] “후배 구하러 간다고 전화 끊자더니…” 부인 오열

입력 2010-03-31 00:00
업데이트 2010-03-3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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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한주호 준위는 누구

“아이고 여보, 내 남편 내남편, 내일 전화하자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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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구조작업 중 순직한 故 한주호 준위
천안함 구조작업 중 순직한 故 한주호 준위 30일 침몰한 천안함 실종자 구조활동을 위해 수중작업 도중 실신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해군특수전(UDT) 요원인 故 한주호 준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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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저녁 한주호 준위의 부인 김말순씨가 딸 슬기씨와 한 준위 동료들이 부축한 가운데 오열하며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왼쪽). 먼저 도착한 아들 한상기 육군 중위가 울음을 참아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태웅기자 tuu@seoul.co.kr
30일 저녁 한주호 준위의 부인 김말순씨가 딸 슬기씨와 한 준위 동료들이 부축한 가운데 오열하며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왼쪽). 먼저 도착한 아들 한상기 육군 중위가 울음을 참아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태웅기자 tuu@seoul.co.kr


30일 천안함 실종 승조원 구조작업 중 순직한 고(故) 한주호(53) 준위의 시신이 안치된 성남 국군병원. 비보를 듣고 진해에서 급히 올라온 부인 김말순(56)씨는 믿음직스러웠던 남편을 애타게 찾으며 밤새 오열했다. 빈소에 먼저 도착한 아들 한상기 중위. 의연한 모습을 보이던 한 중위도 어머니의 손을 잡고는 “아버지께 힘들다고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굳이 하시겠다고 말씀하셔서 조심하시라고 했는데….”라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한 준위 동료들도 밤새 흐느끼는 바람에 빈소는 온통 울음바다로 변했다.

진해 집에서 남편의 순직 소식을 접한 김씨는 전화통화에서 “어제 남편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으며 ‘배에 들어가는데 바쁘니까 내일 전화하겠다.’고 한 뒤 오늘은 전화가 없었다.”고 말한 뒤 군에서 마련해준 헬기 편으로 급히 올라왔다.

후배들을 구하기 위해 차디찬 바닷 속을 수없이 오르내리던 해군 수중폭파팀(UDT) 한준호 준위. 그는 망망대해 아래 후배들을 찾겠다고 나선 선배는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됐다.

한 준위는 해군 수중폭파팀(UDT) 중에서도 최고요원으로 꼽혔다. 그는 지난 1975년 해군에 입대해 35년간 잠수 요원으로 활약했다. 국무총리 표창과 국방장관 표창 등을 수상했던 해군 최고의 베테랑 수중파괴전문가다.

가장 나이 많은 선배로 해군 최초의 해외 파병부대인 청해부대 대원으로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도 다녀왔다. 그는 지난 28일 이번 실종자 수색작업에 가장 먼저 참여했다. 선배로서의 솔선수범이었다.

오는 9월 전역 전 직업보도교육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군 생활은 길어야 2년밖에 남지 않은 그였다. 하지만 젊은 후배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먼저 나섰다. 50대의 나이에도 젊은 대원들과 함께 수색작업에 뛰어들었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5일째인 이날 오후 지친 몸을 또다시 바닷속으로 던졌다. 오후 3시쯤 함께 수색에 투입된 조원이 의식불명 상태인 한 준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곧바로 미 해군 구조함으로 옮겼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한 준위의 시신은 저녁 7시40분쯤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했다. 응급실로 이동된 고인은 군의관으로부터 공식 사망 판정을 받은 뒤 8시10분쯤 장례식장으로 운구됐다.

한 준위는 미 해병단기과정을 수료했고 해군 수중파괴대(UDT전신) 소대장을 지냈다. 이후 특수전여단 대테러담당, 폭발물처리대 중대장, UDT 및 해군 해난구조대(SEAL) 소대장을 지냈다. 말 그대로 UDT의 산 증인이다.

한 준위는 청해부대 파병 전 한 인터뷰에서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파병을 지원한 이유에 대해 “다른 사람들 말대로 군 생활을 편하게 할 수도 있지만 아직도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유족으로 부인 김씨와 아들, 대학생 딸을 두고 있다.

윤상돈 오이석·진해 강원식기자 hot@seoul.co.kr

☞ [사진] 실낱같은 희망이라도…천안함 침몰 그후

☞ [사진] 살신성인 故한주호 준위
2010-03-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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