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께만 말하겠다”…김길태·강호순 심문서 드러난 공통점

“그분께만 말하겠다”…김길태·강호순 심문서 드러난 공통점

입력 2010-03-15 00:00
업데이트 2010-03-1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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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그분에게만 진실을 말하고 싶습니다.그 수사관님을 불러주세요.”(김길태) “아까 그 형사 불러달라.”(경기 연쇄살인범 강호순·2009년 1월) “검사에겐 말 않겠다.처음 나를 조사했던 형사에게만 진술하겠다.”(탈옥수 신창원·1999년 7월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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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왼쪽)·강호순
김길태(왼쪽)·강호순
 검거 5일째까지 입을 굳게 닫았던 부산 여중생 이모(13)양의 살해 피의자 김길태(33)가 자기를 심문한 한 수사관을 찾아 범행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수사과정에서의 강력범과 수사관간의 심리적 관계가 새삼 화제로 떠올랐다.

 김길태는 지난 14일 오전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뇌파 조사를 마친 뒤 프로파일러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수사본부의 박모(49) 경사를 찾았다.어차피 과학수사 앞에 ‘손을 들 수밖에 없는 복잡한 심경’을 박 경사에게만 털어놓으려는 심정이었다.살해된 이양의 시신 유기와 관련한 일부였긴 했지만 김길태가 범행 사실을 처음으로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김길태가 유독 박 경사를 찾은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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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원
신창원


 박 경사는 4개조로 짜여진 심문조 였다.하지만 박 경사는 김길태를 조사하면서 범죄사실을 털어놓으라고 압박하기 보다는 심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인간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박 경사도 숨진 이양 같은 딸을 두명 뒀다.

 그는 “나도 딸만 둘 있는 아빠다.너가 딸을 둔 내 심정을 알겠느냐.너한테 끔찍하게 성폭행당하고 살해될 때 이양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네가 상상이나 할 수 있느냐.무참히 살해된 어린 딸을 먼저 보낸 이양 부모는 얼마나 괴로웠겠느냐.”며 김길태의 닫혔던 마음을 두드렸다.

 박 경사의 심문조는 이양이 전남 목포에 사는 외사촌과 주고받은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파악해 김길태에게 보여주는 등 이양의 내면과 정서를 그에게 이해시키려고 애썼다. 이 과정에서 자기 중심적이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김길태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워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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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 여중생 납치살해 현장검증
김길태 여중생 납치살해 현장검증 부산 여중생 이모 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에 대한 현장 검증이 16일 사상구 덕포동 이 양 집과 무당집, 사체유기장소, 김의 옥탑방, 검거장소 등에서 진행됐다. 김길태가 H빌라 계단에 앉아 있는 장면을 재연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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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이모(13) 양 살인 피의자 김길태에 대한 현장검증이 16일 실시됐다. 김 씨(왼쪽 모자달린 점퍼 차림)가 이 양 시신을 유기한 곳에서 대역이 시신 유기 장면을 재연하는 것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여중생 이모(13) 양 살인 피의자 김길태에 대한 현장검증이 16일 실시됐다. 김 씨(왼쪽 모자달린 점퍼 차림)가 이 양 시신을 유기한 곳에서 대역이 시신 유기 장면을 재연하는 것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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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이모(13) 양 살인 피의자 김길태에 대한 현장검증이 16일 실시됐다. 김 씨(왼쪽 모자달린 점퍼 차림)가 이 양 시신을 유기한 곳에서 대역이 시신 유기 장면을 재연하는 것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여중생 이모(13) 양 살인 피의자 김길태에 대한 현장검증이 16일 실시됐다. 김 씨(왼쪽 모자달린 점퍼 차림)가 이 양 시신을 유기한 곳에서 대역이 시신 유기 장면을 재연하는 것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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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 여중생 납치살해 현장검증 부산 여중생 이모 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에 대한 현장 검증이 16일 사상구 덕포동 이 양 집과 무속인 집, 사체유기장소, 김의 옥탑방, 검거장소 등에서 진행됐다. 김길태가 현장검증을 위해 이 양 집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김길태 여중생 납치살해 현장검증
부산 여중생 이모 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에 대한 현장 검증이 16일 사상구 덕포동 이 양 집과 무속인 집, 사체유기장소, 김의 옥탑방, 검거장소 등에서 진행됐다. 김길태가 현장검증을 위해 이 양 집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포토] 김길태 철통보안 속 ‘현장검증’

 박 경사가 속한 심문조는 또 김길태가 좋아하는 자장면을 시켜주고 좋아하는 담배도 권하며 친근감을 키웠다. 박 경사는 “나도 너처럼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며 김길태와 비슷한 처지였음을 말하며 공감대를 만들었다.

 당연히 김길태는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반응을 보였다. 박 경사가 이양의 부검 결과를 말해주자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죽은 이 양에게 굉장히 미안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형사 경력 20년의 베테랑인 박 경사의 인간적인 접근이 정서적으로 혼란 상태에 있던 김길태의 마음을 빼앗은 것이다.

 이같은 경우는 파렴치범들의 수사과정에서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지난 해 1월 부녀자 7명을 연쇄 살해한 강호순도 당시 경찰이 내민 DNA 증거에 “아까 그 형사 불러달라.”고 했고,이내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한춘식(당시 40세) 경사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결정적 증거에 심리적으로 동요한 그가 자신이 안면이 있던 형사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한 경사와 대면한 강호순은 “답답하다.”고 말문을 연 뒤 나머지 5명 실종자에 대한 범행을 차례로 자백했다.강호순은 한 경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니 시원하다. 유족들에게 미안하다.”며 뉘우쳤다. 한 경사는 강호순이 용의선상에 올랐을 때 가장 먼저 접촉한 형사였다.검거된 뒤 심문에 참여하면서 인간적으로 설득한 한 경사가 인상에 남았던 것.당시 한 경사는 “한 팀은 피의자에게 여러 정황과 증거로 압박하고, 다른 팀은 친밀감을 보이면서 설득·회유하는 게 보통의 수사기법”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송치됐던 탈옥수 신창원도 “검사에게는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처음 나를 조사했던 형사에게만 진술하겠다.”고 버텼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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