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 로커’ 아바타 제치고 아카데미 6관왕

‘허트 로커’ 아바타 제치고 아카데미 6관왕

입력 2010-03-09 00:00
업데이트 2010-03-0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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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 등 석권… ‘前부부 대결’ 부인 승리

8일 막내린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부부 싸움’이었다.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 캐스린 비겔로와 제임스 캐머런이 한때 부부였던 데서 붙여진 수식어였다. 결과는 부인의 압승. 비겔로는 여자로는 처음 감독상을 거머쥠으로써 아카데미 역사도 새로 썼다. 여배우 산드라 블록도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쓰는 데 한몫했다. 최고 여우주연상과 최악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는 화려한 명성에 비해 3개 부문 수상이라는 초라한 성적표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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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거머쥔 영화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겔로. AP=연합뉴스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거머쥔 영화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겔로.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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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주연상을 받은 ‘크레이지 하트’의 제프 브리지스. AP=연합뉴스
남우주연상을 받은 ‘크레이지 하트’의 제프 브리지스.
AP=연합뉴스


●‘아바타’ 촬영상 등 3관왕 머물러

비겔로는 원래 미술을 전공했다. 샌프란시스코 예술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하다 행위 예술가가 됐다. 이후 컬럼비아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1979년 단편영화 ‘셋업’(The Set-Up)으로 데뷔했다. 미국 문화 전반에 숨어 있는 폭력을 영화화한 액션감독으로 ‘할리우드의 아마조네스(그리스 신화의 여자 무사)’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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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 블록 AP=연합뉴스
산드라 블록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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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겔로에게 감독상의 영예를 안겨준 ‘허트 로커’는 이라크 전쟁을 담은 영화로 1100만달러(약 124억원)가 투입된, 비교적 저예산 영화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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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3억달러가 넘는 제작비와 전세계적으로 25억 6000만달러를 벌어들여 역대 최고의 흥행 수익을 남긴 ‘아바타’는 촬영상과 미술상, 시각효과상을 받는 데 그쳤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타이타닉’(1998)의 영광을 재현하려 했던 캐머런은 전(前) 부인의 위력 앞에서 쓴맛을 봐야 했다. 비겔로와 캐머런은 1989년 결혼했지만 2년 뒤 이혼했다.

남녀 주연상은 ‘크레이지 하트’의 제프 브리지스와 ‘블라인드 사이드’의 산드라 블록에게 각각 돌아갔다. 산드라 블록은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에 최악을 뽑는 것으로 유명한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올 어바웃 스티브’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카데미 주연상(최고)과 골든 라즈베리 주연상(최악)을 동시에 받은 배우는 산드라 블록이 처음이다.

●“아카데미 보수성 벗어나고 있다”

많은 평론가들은 당초 아바타의 우위를 점쳤다. 지난 1월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아바타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차지, 아바타 우위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정작 아카데미는 감독상, 작품상을 비롯해 각본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편집상까지 ‘허트 로커’에 몰아줬다.

아카데미가 아바타보다 허트 로커에 높은 평가를 내린 것은 아카데미의 경향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아카데미가 지난해부터 기존의 보수성에서 탈피,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에 이어 허트 로커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아카데미가 휴머니즘 정신으로 인간 심리를 잘 다룬 영화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어 “아카데미가 아직도 공상과학(SF) 영화에 인색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이기도 하다.”면서 “캐머런은 SF영화의 대가이지만 아카데미 상을 받은 것은 타이타닉뿐”이라고 덧붙였다.

유지나 영화평론가는 “허트 로커는 미국 사회에 논쟁이 되고 있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 치밀하게 고찰, 사회적 진정성과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면서 “흥행과 오락 중심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 작품이 가진 상징성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감독의 특징으로 세밀함과 감수성이 으레 꼽히지만 비겔로는 이런 젠더(性) 편견을 깨주는 존재”라면서 “남성적이고 선이 굵은 영화를 만들어 왔던 그녀를 아카데미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3-0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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