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륙간미사일 논쟁은 뻔한 수법”<미 언론인>

“북-미 대륙간미사일 논쟁은 뻔한 수법”<미 언론인>

입력 2013-03-22 00:00
업데이트 2013-03-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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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하겠다는 北엄포·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美반박 모두 허황된 소리”

핵무기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북한의 엄포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이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미국의 반박도 모두 허황된 소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카고 트리뷴 논설위원 스티브 채프먼은 21일(현지시간) 해설기사에서 외교정책은 종종 정교한 의례와 가식으로 들어찬 연극 같아서 누구도 곧이곧대로 듣지 않지만 최근 북한과 미국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놓고 벌이는 논쟁은 드물게도 뻔한 수법임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채프먼은 “최근 북한 정권은 유례없이 높은 강도로 미국에 핵 공격 위협을 가하면서 호전성을 과시하고 있다”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이달 초 “선제 핵 공격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장담한 사실을 전했다.

하지만 채프먼은 미국의 민간 안보연구기관 ‘플라우셰어스 펀드’(Ploughshares Fund)의 핵 전문가 조셉 시린시오니 대표의 말을 인용,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핵탄두 미사일 개발까지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럼에도 이 같은 협박은 북한이 로스앤젤레스를 흔적없이 날려버리거나 디트로이트를 더 살기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척하는데 유용하다”고 꼬집었다.

채프먼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의 ‘픽션’에 ‘픽션’으로 대응할 의사가 있는 듯하다면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태평양 연안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배치를 언급하면서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 사실을 들었다.

그는 “게다가 미 국방부는 지난주 요격 시스템 확충에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를 추가 지출하겠다고 밝혔다”며 “사실 미국이 지금 갖고 있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앉혀놓은 오리를 상대로 한 제어능력 실험에서 제대로 겨냥한 횟수와 놓친 횟수가 거의 비슷했다”고 비꼬았다.

채프먼은 “단지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는 이유만으로도 미국이 완벽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췄을 것이라고 믿고 싶을 수 있다”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스타워즈’라는 별칭이 붙은 연설을 통해 소련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우주공간에서 요격한다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내놓은 지 30년 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는 또 “미국이 완벽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췄다는 말은 동의하고 싶은 주장”이라며 “미군이 미국을 향해 날아오는 핵탄두를 킹콩이 경비행기를 손으로 쳐서 날려버리듯 문제없이 때려눕히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군들 뉴욕 타임스 스퀘어가 제정신이 아닌 독재자의 횡포로부터 안전하다고 믿고 싶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채프먼은 미국 국방부가 지난 30년간 이 꿈을 위해 2천억 달러(약 223조원)를 소모했다며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인간을 달에 보내는데 필요했던 비용보다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 명의 우주인이 달 표면에 미국 국기를 꽂기까지 10년도 걸리지 않았지만 미국은 아직까지 미사일 방패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그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은 좌절에 빠져 있다. 워낙 쉽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에 미 국방부는 러시아나 중국의 대규모 공격을 저지하겠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면서 “최대 야망은 초토화 위험을 감내할 의사가 있는 악당 국가에서 날아오는 한두 개의 로켓을 쳐내는 것 정도”라고 풀이했다.

이어 “그나마 이 수준의 기술 조건마저도 제대로 갖춰지려면 아직 멀었다. 지난해 발표된 미 국립과학아카데미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조금만 개량된 미사일 공격에도 효과가 제한되는 결점으로 가득하다”고 밝혔다.

채프먼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시키기 위해서는 대기권에 있을 때 이를 추적해야 하는데 적들이 이에 협조할 리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북한과 이란은 시간이 지나면 유용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핵탄두와 같은 속도로 운행하는 십여개의 개체를 공중에 동시에 띄워 어떤 것이 실제 핵폭탄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프먼은 “이것은 30년 전인 1983년에도 풀리지 않는 문제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 비영리단체 ‘참여과학자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글로벌 안보프로그램 디렉터인 데이비드 라이트의 말을 빌려 “지금까지 미국이 수행한 외기권 미사일 방어 실험은 실제 위협에 맞대응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인 대책이 못된다”고 지적했다.

채프먼은 “따라서 북한이나 이란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면 차라리 고전적인 방식으로 방어하는 편이 낫다”면서 “공격 즉시 그들도 처절히 파괴될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 방법은 미사일 방어 시스템만큼 만족스러운 옵션은 아니지만 분명히 통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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