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자회 앞둔 김정일, 자강도에 왜 갔을까

당 대표자회 앞둔 김정일, 자강도에 왜 갔을까

입력 2010-09-11 00:00
업데이트 2010-09-11 18:4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9월 상순’으로 예고된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가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강도의 ‘3월5일청년광산’을 현지지도(시찰)했다고 11일 조선중앙통신이 전해 여러 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북한 노동당의 이번 제3차 당대표자회는 1966년 10월 이후 44년만에 열리는 임시전당대회 성격의 행사다.게다가 북한 노동당이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전당대회 격) 이후 30년 동안 ‘전당대회급’ 회사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던 터라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 당대표자회 참석은 기정사실로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북한 내에서도 가장 오지로 꼽히는 자강도의 광산을 시찰했다는 소식이 관심을 끄는 이유도 바로 그런 상황에서 전해졌기 때문이다.

 중차대한 당대표자회를 앞둔 김 위원장이 당연히 평양에 머물면서 행사 준비에 전념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완전히 배치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최근 김 위원장이 인민군 호위사령부 예술선전대(보도날짜 8일),공훈국가합창단(〃9일),은하수관현악단(〃10일)의 예술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을 사흘 연속 전해,그가 평양에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럼 왜 김정일 위원장은 이런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에서 자강도까지 가 광산 시찰을 했을까.

 워낙 예상 밖의 일이라 대북 전문가들도 딱 떨어지는 분석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지만 크게 보면 휴식,당대표자회 준비,북중 경제협력 구상 세 가지 정도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먼저 일부이긴 하나 김 위원장이 방중 후 귀국길에서 아예 평양까지 오지 않고 전용 ‘특각’(휴양시설)이 많은 자강도에 머물면서 휴식을 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4박5일’의 지난번 방중 기간 별로 상태가 좋지 못한 철도를 이용해 전용열차로 이동한 거리가 무려 2천㎞를 넘어,68세(1942년생)라는 적지 않은 나이와 뇌졸중 휴유증 등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자강도에는 김 위원장의 전용 휴양시설에서 있어 강행군에 가까웠던 중국 방문의 여독을 풀고 몸상태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지난달 30일 귀환하면서 평양까지 오지 않고 줄곧 자강도에서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이 사실이라면 북한 언론매체들이 8∼10일 잇달아 전한 김 위원장의 공연 관람도 평양이 아닌 자강도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이번에 김 위원장이 관람했다고 전해진 인민군 호위사령부 예술선전대,공훈국가합창단,은하수관현악단 등은 지방으로 불러서도 볼 수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이런 공연을 봤다는 사실을 평양 체류와 동일시하시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쪽에서는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후계자 김정은에게 어느 정도 지위를 부여할지,그의 ‘보좌세력’은 어떻게 배치할지,새로운 경제.대외 정책을 세워 당강령에 반영할지 등 주요 의제가 최종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한 대북 전문가는 “최고기관 선거를 목적으로 내세운 당대표자회인 만큼 인선의 범위가 매우 넓을 것”이라면서 “이 같은 당의 인적 재편은 후계구도와 맞물릴 것이 거의 확실해 자강도의 휴양시설에 장고중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북중 경제협력 문제가 이번 자강도 시찰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번 방중 기간 김 위원장은 ‘동북3성’ 지역을 돌아보며 경제협력 문제도 깊이 있게 논의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이번 자강도 시찰이 북중 경제협력 구상과 연관됐을 수 있다”면서 “특히 광산을 시찰한 것이 눈길을 끄는데,북중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급격히 늘어날 것이 확실한 광물자원 수출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자강도 ‘3월5일청년광산’ 시찰에 수행한 박도춘 자강도당 책임비서는 지난번 방중 때 김 위원장을 따라갔다.

 한편 예상치 못한 김 위원장의 자강도 시찰에도 불구하고 이번 당대표자회가 내주 초에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유력하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안병민 북한교통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로 이동해도 평양에서 함경도는 하루 꼬박 걸리고,평안도의 경우 현재 수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반면 자강도는 평양에서 반나절이면 가능해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와 당대표자회에 참석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