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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서훈 ‘투톱’의 G2 방문...한반도 운명 어디로

정의용·서훈 ‘투톱’의 G2 방문...한반도 운명 어디로

김헌주 기자
김헌주, 박기석, 임일영 기자
입력 2021-03-31 17:55
업데이트 2021-03-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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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워싱턴서 한미일 안보실장협의
3일 중국 샤먼서 한중외교장관회담
정의용 “의도적 아닌 우연히 겹쳐”
中, 한국에 약속 받아내려 할 수도
미, 중 양측에 일관된 메시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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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1일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중은 우리의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미국도, 중국도 우리에게 그러한 요구를 해온 적 없다”고 말했다. 2021.3.31/뉴스1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1일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중은 우리의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미국도, 중국도 우리에게 그러한 요구를 해온 적 없다”고 말했다. 2021.3.31/뉴스1
미국과 중국의 정면충돌,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각각 미국과 중국 방문 길에 오른다.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겹치면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과 함께 미중 간 ‘협력의 공간’을 파고들면 한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청와대는 서 실장이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고 31일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 측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 확정, 한미일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로 3자 협의와 함께 한미·한일 양자 협의도 예정돼 있다. 청와대는 “대북 정책 관련 한미 양국 간 조율된 전략 마련, 한미동맹 강화,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한미·한미일 협조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한미일 공조 체제 강화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보다 두텁게 만드는 것으로 중국을 향한 강력한 압박 신호이기도 하다. 당장 정 장관은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 당일 중국 푸젠성 샤먼으로 전용기를 타고 이동한 뒤 이튿날인 3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한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두 회담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우연히 시기가 겹쳤다”고 말했지만, 중국 측의 치밀한 계산이 먹혀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과 인접한 샤먼에서 회담이 개최되는 것도 이번 회담의 성격이 단순히 한중 간 협력 증진에만 있지 않다는 걸 잘 보여 준다.

이번 회담에선 한중 간 현안,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 문제, 글로벌 이슈 등이 의제로 올라오는데, 이 과정에서 미중 갈등에 대한 의견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 장관은 “한미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한국이 미국에 밀착되는 걸 경계하는 중국으로서는 한국으로부터 어떤 ‘약속’을 받아내려고 할 수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도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정 장관을 통해 한국은 반중 전선에 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들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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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해 11월 2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오는 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왕이 부장과 양자 회담을 한다. 2020. 11. 26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해 11월 2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오는 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왕이 부장과 양자 회담을 한다. 2020. 11. 26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이런 이유로 이번 방미와 방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양측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회담 이후 내부 선전 목적으로 한국과의 회담 결과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사실상 겨냥한 쿼드(미·일·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와 관련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 장관이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의에서 ‘국익과 일치하는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했는데 중국에도 이처럼 쿼드 참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연이은 회담이 한국의 외교 공간을 넓혀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 구도에 있지만 협력의 공간도 굉장히 많다”며 한반도 평화 문제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해 늘 우리의 입장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솔직하게 건설적 방향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신 센터장도 “한중이 북한의 도발에 반대한다는 점은 의견이 일치한다”며 “중국에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킬 것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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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5ㅅ형.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극성 4ㅅ형보다 탄두 부분이 커졌다. 서울신문DB
북한이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5ㅅ형.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극성 4ㅅ형보다 탄두 부분이 커졌다. 서울신문DB
정의용, 일본 외무상 향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

정 장관은 한일 관계 개선도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에 대해 강하게 대처하면서도 이날 곧바로 일본 담당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일본에 급파했다. 고위급 협의 채널을 가동해 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을 향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며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이어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에 협력을 해 주는 것은 환영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이 풀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북한의 최근 군사적 도발과 담화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매우 유감”이라고 단호한 표현을 쓰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입구’로 불리는 종전선언이 북미 관계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도 종전선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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