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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국회는 ‘용광로’ ‘정글’ ‘월화수목금금금’

나의 첫 국회는 ‘용광로’ ‘정글’ ‘월화수목금금금’

신융아 기자
신융아, 이정수, 기민도 기자
입력 2020-08-17 22:28
업데이트 2020-08-1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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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6명의 ‘21대 소회’

“뜨거운 토론과정 거쳐 결론 도달”
“다양성 부족… 여전히 문턱 높아”

21대 국회가 시작된 지 80일째, 초선 의원들은 국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활발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초선 의원 6명(더불어민주당 김영배·김남국, 미래통합당 이용·조수진, 정의당 장혜영·류호정)을 17일 인터뷰했다. 초선 의원들에게 첫 국회는 “뜨거운 과정을 거쳐 결론에 도달하는 용광로”(김영배)이자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정글”(조수진)이었으며, “월화수목금금금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곳”(장혜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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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국회’. 21대 국회에 처음 발을 디딘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지난 두 달여 경험한 국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때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해 ‘정장 입은 중년 남성’ 중심의 국회에 파란을 일으킨 류 의원은 “저도 국회가 낯설고, 국회도 저를 낯설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평균 연령 55세, 남성이 81%를 차지하는 국회에서 (저는) 평균에서 가장 먼 사람이며, 어쩌면 국회의원이라고 생각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고 했다. 27세인 그는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다.

그는 국회가 여전히 다양성이 부족하고 경직돼 있음을 지적하며, 관행화된 국회 의전 문화부터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국회를 출입할 때 국회의원이 지나가면 보안 담당자들이 일어나 인사하는데, “이런 데 익숙해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국회의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민주노동당(정의당 전신)이 문제제기해 이제는 다 같이 탄다”며 “권력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초선인 장혜영 의원 역시 여전히 국회 문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차별금지법’ 발의, 국회 기자회견장의 수어(手語) 통역 제도화 등을 이끌어 낸 장 의원은 “수어 통역 기자회견 후 장애당사자들과 차담회를 하는데 소통관 푸드코트에 점자메뉴판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런 것들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될 수 없고 최대한 많은 분들이 국회로 와서 경험해야 구체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쟁·진영 논리에 묶인 국회

권위주의적인 문화 외에 정쟁과 진영논리도 초선들을 짓눌렀다. 민주당 원내부대표로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 과정을 지켜봤던 김영배 의원은 “국회는 선출된 300명의 독립된 기관이 모여 있는 곳임에도 정쟁으로 인해 국회가 파행되는 것을 보며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적어도 회의를 열기 위한 회의는 이제 그만하자”고 제언했다. 회의를 여는 것 자체로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며 힘을 뺄 것이 아니라 일단 정해진 시간에 회의는 열리도록 하고 그 안에서 발언도 하고 반대도 하며 토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는 얘기다.

화약고인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민주당 김남국 의원 역시 회의장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상임위에서 법안을 두고 토론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많은 경우 정치적 공세로 흘러간다”며 “국회가 서로 경청하고 존중하며 토론하는 장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거여(巨與) 독주 체제에 절망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를 자임한 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7월 임시국회에서 “힘만이 지배하는 국회를 체험했다”면서 “입법부인 국회의 역할은 행정부 견제인데 지금의 국회는 견제 기능을 상실한 ‘통법부’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거여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할 수 있는 건 말과 글 외엔 거의 없다”면서도 “정부의 ‘권력형 게이트’ 사건 진척 상황 등을 감시하며 상임위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 운영 바뀌어야

최근 민주당 의원의 ‘절름발이’ 표현을 지적했다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은 장혜영 의원은 “모든 사안에 대한 가치 판단이 진영 논리로 빠져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같은 문제를 두고도 다른 당은 비판하면서 그 비판이 자신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 운영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그는 “현 국회법은 교섭단체법이라고 할 만큼 제약이 많다”며 “상임위의 정보를 얻는 것조차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교섭단체 간사의 호의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사회적 약자·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9월 정기국회는 초선 의원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 출신으로 ‘고(故) 최숙현법’ 통과를 이끌어 낸 이용 의원은 “좀더 시간을 두고 현장의 소리를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체육 정책들이 대체로 현장 메시지가 묵살된 채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스포츠기본법’을 준비하고 있는 이 의원은 “전국의 체육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장 출신인 김영배 의원은 ‘마을민주주의 기본법’을 준비하고 있다. 김 의원은 “시민 역량이 매우 뛰어난데 주민자치법이 없다는 건 큰 구멍”이라며 “학교 운영이나 마을 공동자산 처분, 치안 등 생활단위 정책 결정에 주인으로서 참여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20-08-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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