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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핵 위력 100kt급 추정…실전배치 수소탄 수준”

전문가들 “북핵 위력 100kt급 추정…실전배치 수소탄 수준”

입력 2017-09-04 16:02
업데이트 2017-09-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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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0kt이라는 한국 국방부 발표는 과소평가 가능성”지하핵실험 장소 한계 고려해 위력 조절했을 수도

북한 6차 핵실험의 폭발 위력이 미국 등 주요 핵보유국의 실전배치 수소폭탄과 동일한 수준으로 분석돼 주목된다.

4일 연합뉴스가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김승평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글로벌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등 3명에게 이번 북 핵실험의 폭발력(TNT 폭약 환산 기준) 추정치를 물어본 결과 이들은 모두 100kt급 수준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들 3명은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한 것이 확실하다며 폭발력이 핵보유국들이 실제로 보유한 수소폭탄과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춘근 위원은 “북한 6차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의 규모 추정치가 조금씩 다른데, 가장 낮은 5.7로 잡더라도 폭발력 추정치가 50∼150kt이며 100kt으로 표현할 수 있다”며 “인공지진 규모 추정치 중 높은 쪽을 쓰면 1 메가톤(Mt)에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너무 크게 잡은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폭발력 추정치에 큰 편차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요국 지진감시당국이 내놓은 인공지진 규모 추정치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상청은 규모 5.7로 가장 낮게 잡고 있으며, 일본 기상청은 6.1,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중국 당국은 6.3으로 발표했다.

노르웨이 관측소는 규모 추정치를 5.8로 잡을 경우 폭발력이 120kt이라고 계산했다.

황주호 교수는 “지진 규모가 5.7이라고 보면 폭발력이 50kt 수준, 6.3이라고 보면 200kt이 넘는 수준”이라며 “다만 이는 경험에 바탕해 계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추정치 차이가 꽤 크게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평 교수는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100kt이라고 하면 무난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국방부가 발표한 50∼70kt이라는 수치는 지나치게 작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핵실험의 폭발력이 메가톤(Mt) 규모에 미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어 본격적인 수소폭탄이 아니라 그에 미치지 못하는 증폭핵분열탄일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다.

미국 등 핵 보유국들이 실제로 보유한 수소폭탄들은 100kt급이 오히려 주류다.

미국 원자과학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 실린 미국 핵무기 현황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미국이 보유한 사용 가능 핵무기는 4천480 기로 추정되며, 이 중 약 4분의 3은 폭발력이 이번 북핵 실험과 비슷한 170kt 이하다.

특히 단일 기종으로는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용 100kt급 열핵탄두(수소폭탄) W76이 1천601기로 가장 많다.

여기에 B-52H 전략폭격기에 실리는 W80(폭발력 5∼150kt) 528기, 그리고 다른 열핵탄두나 전략폭격기용 수소폭탄 등을 합하면 미국이 보유한 사용 가능 핵무기 중 74%가 170kt급 이하다.

대륙간탄도탄(ICBM)용 W78·W87 등 열핵탄두 800기(폭발력 300∼335kt), SLBM용 W88 열핵탄두(폭발력 455kt) 384기 등 이보다 폭발력이 강한 무기도 있지만 전체 미국 핵무기의 4분의 1 정도만 이에 해당한다.

이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실제로 보유한 수소폭탄 중 메가톤(Mt)급은 목록에 숫자가 집계돼 있지 않으며, 있더라도 매우 드문 것으로 추정된다. 비용 대비 살상력과 파괴력을 감안하면 메가톤급보다 100 kt 급 수소폭탄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황주호 교수는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들이 과시용으로 앞다퉈 수십 메가톤급 수폭 실험을 하기도 했지만, 메가톤급 수폭을 실제로 배치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그나마 지금은 대부분 퇴역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1963년에 미국, 소련, 영국 등 주요국들이 서명·비준한 부분적핵실험금지조약(PTBT)이 발효되면서 대부분의 핵실험이 지하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메가톤급 핵무기 실험은 1970년대 이후로는 드물다.

이 때문에 북한이 6차 핵실험에서 100kt급 수소폭탄 성공을 확인했다는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북한이 핵실험 안전성과 실용성을 고려해 이번 수소폭탄을 설계할 때 폭발력을 일부러 줄여서 설계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춘근 위원은 “북한 발표 내용을 분석해 보면 ‘위력을 조절한다’는 표현이 나온다”고 지적하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최대 150 kt 정도의 핵실험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를 감안하면 북한이 이 정도 폭발력이 나오도록 실험을 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소폭탄 중 핵융합에 필요한 삼중수소의 양을 조정하거나, 핵융합이 일어난 후에 핵분열을 일으키는 물질의 양을 조정해서 위력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건설할 때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했을 가능성도 지적된다. 이럴 경우 실제 폭발력은 인공지진 규모에 기반한 추정치보다 더 클 수 있다.

다만 북한 6차 핵실험이 수소폭탄 실험인지에 대해 한국과 미국 등 주변국 정부들은 공식적으로 판단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3일 브리핑에서 “수소폭탄 실험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정도의 언급을 했을 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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