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與 휘감은 ‘공천권 내홍’…친박·비박 충돌궤도 진입

이번엔 與 휘감은 ‘공천권 내홍’…친박·비박 충돌궤도 진입

입력 2015-09-29 16:31
업데이트 2015-09-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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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졸작협상’정치생명’ 공언했던 김무성, 입장표명해야” 비박, 친박계에 “TK·영남 패권주의…당 쪼개려는 해당행위”

한동안 잠잠하던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이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추석 담판’을 계기로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박(친박근헤)계 의원들이 비박(비박근혜)계인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조직적인 반발에 나서면서 내년 총선의 공천 주도권을 둘러싼 여권의 파열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친박계 인사로 핵심 당직을 맡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29일 김 대표 공격의 선봉에 섰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골자로 한 공천 방식에 대해 여야 대표가 잠정 합의한 데 대해 “(김 대표가) 문 대표와 친노(친노무현)계의 손을 들어준 졸작 협상을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김 대표가 야당의 프레임에 걸려들었고, 전승해온 당이 전패한 당의 공천제도 손을 들어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협상 내용도 너무 미흡하고 부실하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친박계의 반발은 30일 의원총회에서 대거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도입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했던 김 대표가 직접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친박계 핵심이면서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연합뉴스에 “야당의 안심번호가 반개혁적·반혁신적이라고 비판한 분(김 대표)이 이를 수용했다”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 이런 상황 변화에 대해 대표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김 대표를 압박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도 “안심번호는 현재 경선룰보다 여론을 더 왜곡시킬 수 있다”며 “중앙당은 그대로 둔 채 당원은 배제하고 국민은 두 번씩 선거를 치러야 하는 매우 이상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심번호는 새정치연합 고유의 제도가 아니다”며 “당에서 공식 기구도 만들어 다른 방안도 찾도록 해야 한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친박계는 이미 김 대표를 과녁에 올려놓은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박계 의원은 “협상 결과를 썩 좋지 않게 보는 의원이 많다. 실무선의 조율 없이 대표끼리 만나면서 완충지대가 사라졌다”면서 “문제가 생기면 대표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고, 앞으로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소집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이 불참하는 등 지도부 내에서도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됐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회의에는 참석했지만, 이미 ‘제3의 길’을 언급하면서 김 대표와는 노선을 달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비박계에선 친박계의 이 같은 집단 반발을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 지분 확보를 위한 ‘친위 쿠데타’라고 성토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를 놓고 형성됐던 계파 간 대립각이 다시 날카로워지는 모습이다.

정두언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TK(대구·경북)를 중심으로 한 친박 세력이 박 대통령의 전략공천을 받아 ‘월급쟁이 거수기’ 노릇을 하고 싶은데, 김 대표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며 제동을 거니 못마땅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권력의 눈치를 보는 후진 국회를 만드느냐, 국민의 눈치를 보는 선진 국회를 만드느냐가 논란의 본질”이라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데 있어선 친노 패권주의나 친박·TK 패권주의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측근인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은 “새누리당은 당헌에 따라 상향식 공천을 하게 돼 있고, 박 대통령도 2012년 후보 시절 여야 동시 국민참여경선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며 김·문 대표의 합의가 이 같은 연장선에 있음을 강조했다.

비박계 일부는 친박계의 ‘김무성 흔들기’가 지속될 경우 당이 갈라지는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친박계가 유 전 원내대표를 끌어내린 데 이어 김 대표를 궁지로 몰아가면서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의미)’의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것이다.

김용태 의원도 “김 대표 스스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마당에 계속 흔드는 건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당이 쪼개지고, 공천 파동을 겪어 선거 패배에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친박계의 움직임이 ‘해당(害黨) 행위’라고 주장했다.

여권의 계파 갈등이 일촉즉발로 치달으면서 박 대통령의 귀국 후 행보가 한층 주목받게 됐다. 박 대통령이 유엔 연설을 위해 청와대를 비운 사이 여야 대표의 정치적 담판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치권에선 주요 고비마다 정국의 판도를 좌우했던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귀국 후 현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어떤 형태로든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태도 여하에 따라 여권 내홍은 다시 한번 큰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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