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이 고비 넘기면 총리 되겠지만 버팀목인 가족에 상처”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후보 지명 엿새 만에 전격 사퇴함에 따라 청와대는 혼란 속에 빠졌다.

청와대는 이날 안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가 오늘 언론발표 직전에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더이상 정부에 누를 끼치지 않기위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비서실장을 통해 이 내용을 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안타까워 하시는 것 같았다’고 비서실장이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정 공백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퇴를 놓고 청와대와 ‘협의’를 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기본적으로 제기된 의혹이 해명 가능한 일인지 아닌지는 당사자가 판단할 문제다. 누가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일부 인사들은 오후 5시에 예정된 안 후보자의 기자회견이 사퇴 발표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사퇴 사실을 전해 들은 청와대 인사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청와대는 안 후보자와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후보자들을 우선 대상으로 놓고 재검토에 들어갈 전망이다. 당시 하마평에는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김무성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정갑영 연세대 총장, 박재규 경남대 총장,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 전윤철 전 감사원장, 이강국 전 헌재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청와대는 가급적 법조계와 관료 쪽은 피하려 했으나 이런저런 것들을 고려하기에는 시간이 급한 상황이어서 1차적인 선발 기준은 ‘검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편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이후 총리에 적합한 후보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인사 검증 시스템의 무능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더 이상 김기춘 비서실장을 위한 인사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청문회에서 공식적으로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기 전에 여러 가지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전관예우 등의 의혹을 산 수임료 등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여러 지적에 대해 후보자가 스스로 용퇴의 결단을 내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