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총리-靑비서실장 인선으로 본 대통령 용인술

초대 총리-靑비서실장 인선으로 본 대통령 용인술

입력 2013-02-18 00:00
업데이트 2013-02-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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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당선인·李대통령 실무 중시…YS·DJ 통합메시지 방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을 내정해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함께 새 정부의 ‘빅2’ 인선을 끝냈다.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은 내각과 청와대를 총괄하는 핵심 요직이어서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용인술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자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초대 총리와 비서실장은 대통령 당선인이 지향하는 국가운영의 주안점과 국정의 비전을 제시하는 상징성까지 함축하고 있어 역대 정부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인사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박 당선인의 인선은 ‘실무형 친정 체제’ 구축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 후보자는 작년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박 당선인과 밀접한 관련을 맺었고, 허 내정자는 한때 친박(친박근혜) 좌장으로 불릴 만큼 측근으로 통한다. 두 사람 모두 박 당선인과 손발을 맞춰가며 일해본 경험이 있는 ‘박(朴)의 사람’인 셈이다.

자신이 써본 사람을 요직에 기용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 원칙이 이번에도 반영된 것이다. 국정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실무적 관점을 중시한 결과로도 해석된다.

특히 허 내정자는 장차관 인사를 다루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는데다 정부, 청와대, 국회를 두루 섭렵한 경험많고 중량감있는 인사여서 박 당선인의 ‘낮은 비서실’이라는 구상에도 불구하고 실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총리와 비서실장의 실무적 기능을 중시하다보니 과거 정부가 ‘빅2’ 인선시 애썼던 정치적 통합의 메시지를 담아내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당선인이 천명한 ‘대탕평’ 인사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비판도 있다.

지역감정이 여전한 대한민국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이 모두 영남 출신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도 박 당선인이 지역적 안배보다는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실무적 기능을 우선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김영삼 정부는 첫 인선에서 ‘황인성 총리-박관용 비서실장’ 조합을 택했다.

황 총리는 호남 배려와 함께 ‘3당 합당’의 파트너였던 민정당 계열을 끌어안는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박 실장 카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척점이자 정치적 반대파로 분류된 이기택 계열을 포용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지역안배와 통합에 방점을 둔 인선이었다는 뜻이다.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총리-김중권 비서실장’도 실무보다는 정무적 의미가 더 깊었다. 김 총리 기용은 대선 때 ‘김대중-김종필(DJP)’ 연대에 의해 총리 몫을 자민련에 넘기기로 한 약속에 따른 결과였다. 경북 출신이자 정치적 뿌리가 다른 김 실장을 중용한 것은 첫 호남 대통령으로서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였다.

노무현정부는 고건 초대 총리 카드를 통해 부족한 이미지 보완에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몽돌과 나무받침대론’을 들어 김영삼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던 보수 성향의 고 총리를 기용함으로써 강한 개혁 이미지를 보충하고 아마추어리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경우 일찌감치 대(對) 국회, 정당과의 관계에서 정무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정무형’으로 가닥을 잡고 여야 친교범위가 넓고 자신과도 가까웠던 문희상 실장 카드를 선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실무적 기능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박 당선인과 흡사하다. 이 대통령은 3개 부처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3선 국회의원 경력의 한승수 초대 총리를 발탁해 깊은 관심을 가졌던 자원외교에 집중하게 했다. 이 대통령이 특별한 인연이 없는 한 총리를 기용했다면 박 당선인은 공천심사위원장으로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정 후보자를 낙점한 것이 차이점이다.

이 대통령이 현 비서실장 격인 대통령실장에 10년 이상 자신의 싱크탱크 원장을 맡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을 배치한 것은 박 당선인이 측근인 허 내정자를 지명한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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