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核은 ‘압박’, 북핵은 ‘관리’에 무게중심

이란核은 ‘압박’, 북핵은 ‘관리’에 무게중심

입력 2011-11-10 00:00
업데이트 2011-11-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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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라늄농축 중단요구 강경해질 듯..北대응 주목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계기로 다시금 촉발된 이란 핵파문이 북한 핵문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두 이슈는 외견상 ‘닮은꼴’이다. 우라늄 핵개발 의혹으로서 개발 의도나 대외 전술 양태가 ‘판박이’이고 국제사회의 대응도 유사해 어떤 식으로든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란 핵개발 과정에서 북한과 이란 간 ‘커넥션’ 의혹이 있어 앞으로 상황 전개에 새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두 이슈에는 본질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주변국에 대한 위협의 ‘성격’과 그에 따른 ‘해결의 방향’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이란 핵은 중동지역의 특수성상 그 자체로 ‘화약고’다. IAEA 보고서대로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한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핵개발을 추진하는 게 사실이라면 이는 이스라엘의 생존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 된다.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을 촉발시키며 중동지역 전체에 극도의 안보불안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 핵은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상 실제 사용보다는 ‘정치적 무기’ 또는 ‘협상용 무기’의 성격에 가깝다. 특히 ‘우군’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웃하고 있어 핵무기 사용에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스라엘의 생존을 국내 문제로 여기는 미국으로서는 이란 핵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면서 ‘압박’에 무게를 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란에 대한 독자적 양자제재 조치는 물론 유엔 차원의 다자제재에 적극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핵을 놓고는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내년 대선국면을 앞두고 적절한 수위의 대화와 협상을 해나가는 일종의 ‘관리전략’(Management Strategy)을 채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란은 기본적으로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하려는 입장이 아니지만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김일성 유훈’이라면서 미국을 상대로 협상을 벌여왔다”면서 “이란 문제가 불거졌다고 북핵 대화국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주목할 대목은 우라늄 농축 이슈라는 동일한 사안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이 훨씬 강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이다.

특히 북한의 핵기술 수준은 이란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란에 대해서만 ‘강공(强攻)’으로 나가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플루토늄의 경우 40여㎏을 추출해 핵무기 6∼8개 수준을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의 경우 “1∼2개의 핵무기를 1년 안에 만드는 생산능력의 70%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유엔 소식통)는 분석이 있다. 북한의 UEP 연혁은 1990년대 중ㆍ후반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이란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진전된 핵능력’을 감안할 때 미국은 북한에 대한 비핵화 사전조치, 특히 UEP 중단을 요구하는 수위를 가일층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비핵화 사전조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의 대치가 더욱 격화되고 전체적인 6자회담 재개 흐름이 또다시 교착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란 핵파문을 계기로 오히려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오면서 후속 대화국면을 살려나갈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없지 않다.

내년 4월15일 강성대국 ‘잔치’를 앞둔 북한으로서는 대외관계 개선과 식량 등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정한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란 핵파문은 북한에 오히려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이 세상을 보는 한 눈을 통해 죽어도 핵을 버리면 안되겠다는 교훈을 가질 수 있지만 다른 한 눈을 통해서는 이란 문제로 인해 더 압박받고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핵이 양날의 칼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양측은 11월 중으로는 내부 전략을 가다듬는 숨고르기 기간을 거친 뒤 12월 중으로 ‘3라운드’ 남북-북미대화 사이클의 재가동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화 국면의 동력을 이어가며 북한의 전향적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려는 한국 정부의 외교적 교섭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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