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챙길 시간 있었나’ 공방

‘돈봉투 챙길 시간 있었나’ 공방

입력 2010-03-23 00:00
수정 2010-03-2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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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20일 오찬장 재현… 첫 총리공관 현장검증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뇌물수수 의혹을 밝히기 위해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대한 사상 첫 현장검증이 22일 오후 2시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 주도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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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공관 사상 첫 현장검증
총리공관 사상 첫 현장검증 22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1층 오찬장에서 열린 한명숙(오른쪽)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사건 현장검증에서 한 전 총리와 곽영욱(왼쪽 앞) 전 대한통운 사장 등이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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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현장검증이 22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1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현장검증에서 곽영욱(휠체어에 앉은 이) 전 대한통운 사장이 소파 위에 돈봉투 2개가 놓여있는 장면을 물끄러미 주시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현장검증이 22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1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현장검증에서 곽영욱(휠체어에 앉은 이) 전 대한통운 사장이 소파 위에 돈봉투 2개가 놓여있는 장면을 물끄러미 주시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테이블·의자 당시처럼 배치

총리실 오찬장은 내부 리모델링 등으로 한 전 총리 재임시절 ‘문제의 오찬’이 있었던 2006년 12월 20일과는 바뀌었지만 현장검증을 위해 테이블과 의자 등을 당시 상황과 똑같이 배치했다. 현장 검증에는 한 전 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오찬 당시 한 전 총리의 수행과장과 의전비서관, 경호팀장 등 5명이 참석했다.

한 전 총리측 요청으로 이뤄진 현장검증의 핵심 쟁점은 오찬이 끝난 다음 참석자들의 동선과 곽 전 사장이 돈봉투를 의자에 놓고 나간 뒤 한 전 총리가 이를 챙길 만한 시간이 있었느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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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별 시간 초단위 체크

검증 결과, 곽 전 사장 대역이 돈 봉투를 의자에 놓고 오찬장 출입문까지 나가는데 15초가, 이어 현관까지 걸어나가는 데 4~5초가 추가로 소요돼 곽 전 사장이 오찬장을 나와 공관 현관에 도달하는데 20~21초가 걸린 것으로 추정됐다. 오찬 참석자 가운데 가장 먼저 일어난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오찬장 출입문을 지나 현관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도 재연 결과 21초로 나타나 곽 전 사장과 차이가 없었다. 검찰 주장처럼 한 전 총리 대역이 돈 봉투를 거둬 서랍장에 넣고 일행을 뒤따라 가 공관 현관에 도달하기까지는 34초가 걸렸다. 이렇게 측정된 행동별 소요시간은 향후 한 검찰 주장의 허실을 가리는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전망이다.

현장검증에서 곽 전 사장은 “일어서면서 (상체를) 숙인 채 봉투를 하나씩 꺼내 의자 위에 뒀다. 봉투는 테이블 방향으로 겹치지 않게 놨다.”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한 전 총리의 대역을 한 검사가 봉투를 테이블 뒤편 서랍장의 왼쪽 상단 서랍에 넣고 오찬장을 빠져나오는 모습을 재연하자, 한 전 총리는 “나는 저 서랍 쓴 적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10여초 공백이 쟁점될 듯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과 함께 남아있었거나 혼자 오찬장에 남아 돈 봉투를 수습해 서랍장에 넣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은 10여초. 이 짧은 시간 동안 수행과장과 공관팀장, 총리 경호원 등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또 그 시간 동안 의자에 놓인 봉투를 들어 오찬장 안 쪽에 놓인 서랍장에 넣는 것이 가능한지가 향후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법원은 24일 이원걸 전 산업자원부 2차관, 26일 정세균 대표를 증인 신문하고 31일 변론을 종결한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2010-03-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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