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견문기] “자박자박 비에 젖은 영동교 아래서 본 무채색 동양화”

[흥미진진 견문기] “자박자박 비에 젖은 영동교 아래서 본 무채색 동양화”

입력 2018-08-01 18:06
업데이트 2018-08-0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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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야간 투어 날, 출발 시각이 다가오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빗길을 걸어 배수지 공원에 올랐다. 길게 굽이져 흐르는 한강물과 확 트인 드넓은 강남·북의 정경이 무채색 동양화처럼 한눈에 펼쳐졌다. 비안개 속에 높이를 자랑하듯 오른편으로 롯데월드타워가, 왼편으로 남산타워가 우뚝 솟아있었다. 청담대교 위를 꽉 메운 자동차의 불빛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거렸다. 탄천의 물줄기가 한강에 합류하고, 청담교를 지나는 지하철 소리가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와 섞이고, 부드럽고 낮은 해설음이 귓가에서 빗소리와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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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동화작가
이소영 동화작가
어느새 비가 그치고 종일 달궈졌던 길에서 시원한 기운이 올라왔다. 한강을 따라 영동교를 바라보며 걷기 전 이기훈 해설사는 햇빛이나 달빛에 비추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의미하는 순 우리말 ‘윤슬’을 빛났던 인생의 절정에 빗대어 말하며, ‘윤슬’이라는 제목의 시 한 편을 낭독했다. 한강에서 팔뚝만 한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것을 보았다는 몇몇 참가자들의 목소리와 물비린내, 자박자박 비에 젖은 영동교 아랫길을 걷는 발소리들이 스며들어 마음에 남았다. 한강변을 벗어나 청담동 케이팝 인형들이 즐비한 스타거리를 걸었다. 올해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방탄소년단 인형을 찾았는데, 막상 BTS라는 인형이 방탄소년단 인형인지 몰라 지나쳐 가다 되돌아와 사진을 찍는 해프닝이 있었다. 분당선의 압구정로데오역을 경계로 청담동에서 압구정동으로 바뀌었다. 본래 역 이름을 청수골 신청담역으로 정하려 했다가 숯불갈비집도 아니고, 동네랑 어울리지 않고 촌스럽다는 주민들의 반대로 지금의 이름이 정해졌다고 한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들어서자 어둠이 내려앉고 상점들의 불빛이 환하게 밝았다. 명성이 예전만은 못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강남스타일 패션의 모든 것이 모여 있었다. 오늘 걸음걸음 찾았던 공간과 들었던 슬픔과 기쁨의 이야기들은 이제 우리의 기억이 됐다. 이러한 기억들이 공간과 사람의 행동에 독특함을 만들어 우리 스타일이 될 것이다.

이소영 동화작가



2018-08-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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