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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1>삼성그룹] 시진핑·앨 고어 등과도 친교…글로벌 CEO형 후계자 수업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1>삼성그룹] 시진핑·앨 고어 등과도 친교…글로벌 CEO형 후계자 수업

입력 2014-11-10 00:00
업데이트 2014-11-1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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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2인자 되기까지

올해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지난 5월 아버지(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입원 이후 경영 전면에서 연매출 390조원(지난해 기준)의 삼성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아랫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세 번째) 리움 관장, 이부진(네 번째)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뒷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두 번째) 제일모직 사장,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아랫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2012년 7월 런던 올림픽파크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전에 박태환 선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이건희(아랫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세 번째) 리움 관장, 이부진(네 번째)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뒷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두 번째) 제일모직 사장,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아랫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2012년 7월 런던 올림픽파크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전에 박태환 선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1976년 홍석현(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 중앙일보 회장의 결혼식에 고 이병철(앞줄 왼쪽부터)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했다. 삼성그룹 제공
1976년 홍석현(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 중앙일보 회장의 결혼식에 고 이병철(앞줄 왼쪽부터)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했다.
삼성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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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62세 생일을 맞은 고 이병철(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삼성그룹 제공
1972년 62세 생일을 맞은 고 이병철(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삼성그룹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등 국가주석급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매스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삼성의 3세 시대가 활짝 열렸다.

한국 현대사의 모진 풍파에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앞선 두 세대와는 달리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이 재계 1위로 우뚝 선 안정적인 환경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자라났다. 재계에서는 그가 27세인 1995년 이미 후계 절차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당시 아버지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60억 8000만원을 이용해 계열사를 사고파는 과정을 거쳐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25.1%)가 됐다. 형들(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과 십수년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후계자로 낙점된 아버지 때와는 사뭇 다르다.

이 부회장은 서울 경기초(1981년), 청운중(1984년), 경복고(1987년)를 졸업했다. 삼성그룹 오너 아들인지 잘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평범했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 고교 땐 3년 내내 반장을 맡았다.

진로를 정할 땐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로 진학할 땐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조언이 컸다.

대학 전공을 놓고 고민하자 이 선대회장은 “경영자가 되려면 경영이론도 중요하지만 우선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야 한다. 학부 과정에서는 사학, 문학 같은 인문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은 외국 유학을 가서 배우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대학 3~4학년 때는 승마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이 부회장이 처음 승마를 배운 것은 1982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심하게 다쳤다가 승마로 완치된 이 회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1989년엔 국내 10개 대회 중 8개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기량이 뛰어났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이 부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배운 골프에도 일가견이 있다. 이름난 골프광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2007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가 중 골프 맞수로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이 부회장을 손꼽았다.

1995년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2001년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가 미국보다 일본에서 먼저 유학했던 것 역시 아버지의 조언 때문이다. “미국을 먼저 보고 나서 일본을 나중에 보면 일본 사회의 특성, 일본 문화의 섬세함과 일본인의 인내성을 알지 못한다. 유학을 가려면 일본에 먼저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뛰어든 건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재입사하면서부터다.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잠시 입사했으나 근무하지 않고 곧바로 유학길을 떠났다. 재입사 후 이 부회장은 한 해 100일 이상 해외 법인을 둘러보고 각국 주요 거래처와 접촉했다.

2003년 상무, 2007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비교적 천천히 직급을 밟아 승진했다. 범(汎)현대가 3세로 두 살 아래인 정의선(44)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1999년에 상무를, 2002년에 전무를 다는 등 고속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경복고 후배로 이 부회장과 친하게 지내며 사석에서는 이 부회장에게 형이라고 부른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 역시 36세이던 1978년 이미 부회장(삼성물산)에 올랐다.

이런 더딘 승진은 확실한 기초를 만들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2007년 1월 언제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부회장이) 자격을 갖춰야 할 것 아니냐. 기초는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고객과 실무 기술자, 연구소 등을 더 깊이 알도록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고객책임자(CCO) 등의 직함으로 해외를 돌며 이 부회장은 애플, IBM, AT&T, 소니, 닌텐도 등의 전자·통신업계 최고경영진은 물론 시 주석,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등 해외 유력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이 부회장이 처음 경영에 뛰어들었을 땐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시각이 많았다. 재입사 직전 이 부회장이 개인 자금을 투자(2000년 5월)한 ‘e삼성’이라는 벤처투자회사가 8개월 만에 2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내고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후 제일기획 등의 계열사가 이 부회장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삼성과 소니의 합작사인 S-LCD(액정표시장치)의 등기이사를 맡아 삼성이 LCD부문 세계 정상급 기술·생산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은 이 부회장의 공로 중 하나로 꼽힌다. 2006년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소니를 꺾고 9년째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는 기틀도 이때 마련됐다.

2009년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로 승진했을 때부터 삼성전자는 사실상 이재용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이 회장은 2008년 삼성특검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갤럭시 신화로 스마트폰이 세계 1위로 자리 잡는 데 이 부회장의 기여가 컸다”면서 “2012년 2년 만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을 때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건희에게 반도체가 있지만 이재용은 무엇을 보여줬나’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 부회장이 중국 사업, 2차 전지 사업, 의료기기 사업 등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아직은 주주와 사회가 납득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4-11-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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