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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치솟는 국회공무원 인기…빛과 그림자] 입법관료, 의원실의 을!

[커버스토리-치솟는 국회공무원 인기…빛과 그림자] 입법관료, 의원실의 을!

입력 2014-05-10 00:00
업데이트 201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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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처 등 의정 보조에 치여 분석력 약화…독립성 약화·공직사회 병폐 우려

여러 가지 이유와 사정 덕분에 젊은 엘리트들이 입법고등고시에 몰리지만, 정작 입법부는 공직사회 특유의 폐쇄적 집단주의에 병들고 있는 징후가 엿보인다. 고시 ‘기수 문화’도 초기 긍정적 효과에서 부정적 현상을 낳으려 한다. 국회사무처와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도서관 등 조직 중에 예산정책처가 발간 보고서를 놓고 구설에 오른 것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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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013년 국회의원 재산변동 신고 내역을 공개한 지난 3월 28일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재산 공개 내역이 담긴 국회 공보를 살펴보고 있다.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013년 국회의원 재산변동 신고 내역을 공개한 지난 3월 28일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재산 공개 내역이 담긴 국회 공보를 살펴보고 있다.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요즘 국회예산정책처를 두고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비판은 크게 “보고서의 분량은 늘어났는데 심층성은 되레 떨어졌다”는 것과 “국가정책의 줄기는 놔둔 채 잔가지만 건드린다”는 것으로 수렴된다. ‘깊이와 날카로움’에 대한 지적 뒤끝에 등장하는 존재가 바로 ‘입법고시 출신’이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온 입법 관료들이 예산정책처를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예리함과 심층성이 모두 나빠졌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2004년 문을 연 뒤 해마다 수백권에 이르는 분석보고서를 통해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대표적 히트 상품은 ‘예산안 분석보고서’와 ‘결산분석보고서’ 시리즈. 두툼한 두 권짜리로 시작해 이제 해마다 열 권이 넘게 나오는 이 보고서는 각종 국가정책에 대한 심층분석으로 눈길을 끈다. 행정부를 진땀 나게 만드는 ‘홈런’도 여러 건이 있었다.

전직 예산정책처 간부 A씨는 “설립 초기와 달리 입법 관료들이 점차 주요 보직을 차지하면서 독립성에 대한 고민이 약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법고시 출신은 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고치라고 시키면 그대로 논지를 바꾸는 일이 잦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 외부 계약직 분석관은 4대강 사업에 관해 “긍정적으로 요약하라”는 지시를 상사의 면전에서 거부하며 상당한 신경전을 펼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국회예산처 스스로 독립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 주장에 대해 예산정책처 내부 사정에 정통한 B씨는 “상관관계는 있을지 몰라도 인과관계는 없다”고 했다. 그는 “입법 관료 비중이 초창기보다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갈등을 일으킬 정도도 아니고 그게 본질도 아니다”고 말했다. B씨가 보기에 더 중요한 문제는 업무 과다로 인한 인력 유출, 그리고 심층분석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만기친람형 감액의견 보고서 생산’이라고 했다.

C씨는 “예전엔 거시적인 사안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걸 중시했다”며 “대체로 2010년부터 정부에 영향력을 키우려면 감액의견을 많이 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예산안 분석보고서가 미시분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체 분석보다는 의원실의 요구에 따라 의정 활동 지원의 비중이 커졌다. 질보다 양, 깊이보단 영향력을 추구하는 노선 변화는 곧 정부 부처와 갈등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감액의견을 제시한 뒤 실제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면 존재감은 커지겠지만 그만큼 고유한 색깔은 옅어진다. 행정부는 시시때때로 예산정책처를 견제하려 한다. 또 절박한 과제인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C씨는 “‘너희가 왜 보도자료를 내느냐’는 여당 의원들의 지적 때문에 보고서 발간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도 못 만들 정도”라고 털어놨다. 예산정책처가 사업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임성근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예산정책처 인력 중 5급 이상이 74%나 되는데도 국회예산정책처법 제6조는 5급 이상 인사권을 처장이 아닌 국회의장에게 부여했다”며 “이는 독립성을 존중하도록 한 법 취지와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평가국에 대해서도 “감사원과 같은 조직이 국회에 없기 때문에 국회가 국정감사를 실시할 때 사업평가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D씨는 “계약직이나 연구직은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반면 입법 관료들은 기본적으로 국회사무처 소속 공무원”이라며 “국회사무처가 제대로 된 공적 감시는 받지 않으면서 확대된 권한은 누리려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입법 관료들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4-05-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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