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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혐오로 이어져… 성소수자 밀어낸 ‘생물학적 여성’

불안이 혐오로 이어져… 성소수자 밀어낸 ‘생물학적 여성’

김정화 기자
입력 2020-08-18 17:58
업데이트 2020-08-19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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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 5년, 90년생 ‘영페미’가 온다] 여성 위협 해결되지 않은 불신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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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숙명여자대학교 게시판에 ‘성전환 남성’의 입학을 환영하는 대자보와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가 나란히 붙어 있다. 최근 숙명여대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합격 사실이 알려진 후 재학생들의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0.2.6  연합뉴스
6일 서울 숙명여자대학교 게시판에 ‘성전환 남성’의 입학을 환영하는 대자보와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가 나란히 붙어 있다.
최근 숙명여대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합격 사실이 알려진 후 재학생들의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0.2.6
연합뉴스
트랜스젠더 배제하자는 입장 힘 얻어
“모두가 차별받지 않아야” 경계 시선도

지난 5년간 여성운동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 대중들까지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생물학적 여성’만 강조하며 오히려 성평등 논의를 퇴보시켰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혜화역 시위처럼 생물학적 여성만 집단행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필요조건은 페미니즘 운동의 전제가 됐다.

이런 경향은 올 들어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됐다. 지난 2월 법원의 성별 정정까지 받은 트랜스젠더 학생의 숙명여대 입학을 반대한 여대 학생들의 성명이 대표적이다. 진보 진영의 의제 가운데 하나인 성적 다양성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은 근본적으로 과거의 진보 운동이 여성 의제를 주요하게 다루지 않은 것에 대한 불신이나 배척으로 해석된다. ‘메갈리아 이후 발생한 한국 내 온라인 기반 여성운동’ 논문에 따르면 메갈리아 이후 여성들은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운동권을 배척하고, 남성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

물리적, 정신적 위협에 대한 불안도 성소수자 혐오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혜화역 시위에서 일부 남성 유튜버들이 시위 참가 여성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했고, 20대 남성이 장난감 비비탄 총을 쏴 참가자의 다리에 맞히는 일도 벌어졌다. 2016년에는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된 후 역 앞에 추모 공간이 마련됐는데,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이 ‘핑크 코끼리’ 탈을 쓰고 나타나 여성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런 사건을 겪으며 남성은 물론 남성 성소수자에 대한 배척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성소수자 혐오를 ‘영페미’ 전체의 입장이라거나 페미니즘 내부의 싸움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한 20대 여성은 “여성만 중요하다고 하는 건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작은 여성 인권이라도 결국 모두가 성별에 상관없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8-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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