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전화 1만 199건 걸어
10~20대가 5919명으로 58%
“끝이 보이지 않는 달리기를 멈추고 싶어요. 최선을 다했는데, 부모님은 1등만 바라보세요.”서울 한강 마포대교에 설치된 ‘SOS 생명의전화’ 수화기 너머로 앳된 여성의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더는 버틸 수 없다”는 그녀의 말에 상담사는 조용히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렇게 되살린 생명이 지난 10년간 2326명에 이른다.
SOS 생명의전화는 2011년 7월, 투신 사고가 끊이지 않아 ‘죽음의 다리’로 불리던 마포대교와 한남대교에 처음 설치됐다. 이후 20개 한강 교량에 총 75대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6월까지 14년간 이 전화로 걸려 온 자살 위기 상담이 총 1만 199건에 달한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 누군가가 삶의 끝에서 구조를 요청한 셈이다. 생명의전화는 18개 생명보험사가 만든 공익법인,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재단이 최근 14년간의 상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화를 건 이들의 58%가 10~20대였다. 20대가 3213명(32%), 10대가 2706명(26%)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기에 놓인 청년층이 구조의 손길을 가장 많이 내민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이 5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상담 유형은 ‘대인관계·적응 문제’가 2502건(20%)으로 가장 많았고, ‘진로·학업’ 관련 고민이 2243건(18%), 삶의 무기력·불안 등 ‘인생 문제’가 1988건(16%)으로 뒤를 이었다.
상담 전화가 가장 많이 걸려 온 교량은 마포대교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782건(57%)이 이곳에서 접수됐다. 마포대교에 집중된 구조 요청은 이곳이 ‘죽음의 다리’에서 ‘삶을 붙드는 다리’로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보여 준다.
2025-07-11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