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한 번 쉬었더니… “폐암입니다” 20분 만에 나온 진단

숨 한 번 쉬었더니… “폐암입니다” 20분 만에 나온 진단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5-02-12 09:21
수정 2025-02-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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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내 연구진이 95%의 정확도로 폐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날숨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검사 시간이 20분밖에 걸리지 않아 조기 진단과 선별검사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1일 날숨 속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분석해 폐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센서와 액추에이터 B’에 게재됐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는 유기물로, 암세포에서도 방출된다. 연구진은 폐암 환자의 날숨에 포함된 특정 VOCs를 감지해 암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검진자의 날숨을 비닐 봉투에 담아 탄소 흡착 튜브 막대를 연결하면, 호흡 중 배출되는 여러 가스 성분이 막대기에 달라붙는다. 이후 이 막대기를 폐암 조기 진단 시스템에 넣으면, 20종의 멀티모달 센서가 VOCs 양에 따라 전기 신호를 분석한다. 인공지능(AI)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해 폐암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날숨 채취부터 검사 완료까지 단 20분이 소요된다. 방사선 노출 없이 간단한 절차만으로 폐암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기존 CT 검사 대비 장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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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날숨을 통한 폐암 진단 장비의 사용 예시도. 날숨을 비닐 봉투에 담은 뒤 봉투 입구에 꽂은 ‘탄소 흡착 튜브 막대기’에 통과시켜 암세포에서 방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잡아낸다. 그 뒤 막대기를 전용 기기에 넣어 정밀 분석한다. ETRI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날숨을 통한 폐암 진단 장비의 사용 예시도. 날숨을 비닐 봉투에 담은 뒤 봉투 입구에 꽂은 ‘탄소 흡착 튜브 막대기’에 통과시켜 암세포에서 방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잡아낸다. 그 뒤 막대기를 전용 기기에 넣어 정밀 분석한다. ETRI 제공


20분 만에 결과 확인…정확도 95%

ETRI 연구진은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흉부외과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폐암 환자 107명과 건강한 사람 74명의 날숨을 채취해 실험한 결과, 검사 정확도가 9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진이 2019년에 개발한 날숨 분석 의료용 ‘전자코’ 기술(정확도 75%)보다 20% 포인트 향상된 수치로, 국내외 연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기존 CT 검사 대비 비용 부담이 낮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연구진은 상용화 시 한 대당 10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CT 장비 가격이 수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저비용 선별검사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향후 폐암 진행 단계(1~4기)를 날숨으로 구별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며, 위암·대장암 등 다른 암종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대식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박사는 “20년간 연구한 전자코 기술이 결실을 보게 됐다”며 “의료기기 업체에 기술이전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 기술이 도입되면 조기 검진율을 높이고, 정부의 건강보험 지출 절감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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