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분위기를 탄다?

‘남성’도 분위기를 탄다?

입력 2010-03-17 00:00
업데이트 2010-03-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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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30대 중반의 남성이 자못 심각한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말을 들어보니 이제 결혼한 지 한 달도 채 안된 환자였습니다. 거기까지만 듣고도 무엇 때문에 비뇨기과를 찾은 것인지 짐작이 갔지만 그저 잠자코 환자의 말을 경청하기로 했습니다.

그 남성 분은 대뜸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선생님, 제 물건을 믿어도 될까요?” 그러더니 첫날 밤에 있었던 일부터 근 한 달간 벌어진 웃지 못할 사연을 죽~ 늘어놓았습니다. 자신과 아내가 선으로 만난 지는 넉 달이 조금 안되지만 신랑의 나이가 적지 않았던 관계로 양가의 추진 하에 다소 빠르게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열렬한 사랑은 아니어도 서로 충분히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별 이견 없이 결혼식을 치르고 ‘신행’을 떠났는데, 문제는 그 첫날 밤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신랑의 남성(?)이 도무지 제 역할을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처음 관계를 시작할 때는 발기가 되었다가 진행 중에 풀린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습니다. 그것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시간만 흐르고 양쪽 모두 지치고 말았는데, 이런 상황이 첫날 밤의 일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자신에게 이상이 생겼나 싶어 동영상을 틀어놓고 자가진단(?)도 해 보았지만 그 기능 자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 환자의 말이었습니다. 신부와는 9살 차이가 나는데, 주변에서는 속도 모르고 어린 신부를 얻어 좋겠다는 말들을 한답니다.

환자 분의 이런 고민은 대표적인 ‘밀월성 발기부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혼부부 10쌍 중 1쌍 꼴로 겪게 되는 현상이지요. 심리적인 발기부전의 한 케이스입니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남성이 어떤 심리적 압박 탓에 발기가 되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지요. 그 이유는 현재의 특수한 상황에서 오는 부담, 또는 과거에 벌어진 일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부의 경우, 서로 안지 얼마 되지 않아 식을 치렀기 때문에 비록 부부라 할지라도 서먹한 느낌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신부가 신랑에 비해 많이 어린 관계로 남자가 확실히 리드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일시적인 발기부전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본인 스스로의 긴장 완화와 마인드 컨트롤 노력 외에도 부부 사이의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막 결혼한 부부답게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심인성 발기부전 해결책의 키워드는 다름 아닌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상당수의 케이스가 자신감 회복으로 치유됩니다. 혼자서 자신감을 되찾는 방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배우자의 배려가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그래서 심인성 발기부전 때문에 부부가 함께 내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같이 상담을 받으면서 문제점을 짚어보는 것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개 숙인 남편에게 아내의 사랑만한 것이 없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되는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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