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대지… 설경… 연인들의 성지… 추억 담는 日행복여행
북쪽 대지가 선물한 먹거리로 배를 채웠으니 이제 본격적인 눈요기에 나설 차례다. 일본 홋카이도는 눈의 도시다. 하얀 눈이 주는 낭만은 화사한 봄꽃이 전하는 서정에 견줄 만하다. 마음을 백지 상태로 만들고 잔뜩 힘이 들어간 몸을 무장 해제시킨다. 한국에선 봄꽃이 한창이지만 홋카이도에선 여전히 눈이 풍경의 주인이다. 쌓인 눈을 파고 또 파면 거기서 영화 ‘철도원’의 애수 어린 촬영지 호로마이역, ‘연인들의 성지’라는 행복역 등이 튀어나온다.
일본 홋카이도의 오비히로 일대 풍경. 너른 도카치 평야와 눈 덮인 히다카산맥의 모습이 장쾌하다.
도카치의 중심지는 오비히로다. 일본의 소도시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삿포로에선 150㎞ 정도 떨어져 있다. ‘홋카이도의 등뼈’라고 불리는 히다카산맥과 다이세쓰산에 둘러싸인 광활한 대지가 일품이다. 사방이 온통 평야다. 당연히 하늘도 도시 지역에 견줘 넓게 느껴진다. 이처럼 너른 대지를 한눈에 품으려면 전망대를 찾아야 한다. 비만 파노라마 파크, 도카치가오카 전망대 등이 알려졌다.
‘철도원’ 청춘 가슴 흔든 그곳
영화 ‘철도원’ 촬영지였던 후라노 호로마이역 일대 모습. 왼쪽의 분홍빛 열차가 영화에 등장했던 열차다.
일본에선 ‘폿포야’란 제목이 더 익숙하다. 한자 표기는 철도원(道員)이지만 읽을 땐 폿포야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기차의 기적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 ‘폿포’에,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야’ 자를 더한 단어다. 철도원들이 스스로를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한다. 일본의 국민 배우로 꼽히는 다카쿠라 겐(1931~2014)이 평생을 철도원으로 살아온 역장 오토 사토마쓰 역할을 맡았고, 한때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며 뭇 청춘들의 가슴을 흔들었던 히로스에 료코(44)가 그의 딸로 출연했다.
행복역 좋은 ‘엔키’ 만나볼까
‘연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행복역. 저마다의 행복을 비는 핑크빛 승차권이 역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오비히로 남쪽으로 간다. 행복역(幸福, 고후쿠에키)과 사랑의 역(愛, 아이코쿠에키)을 찾아서다. 1974년에 발표된 대중가요 ‘사랑의 나라에서 행복으로’ 등에 등장하며 유명해진 시골역이다. 기차가 오가던 철길은 오래전 폐선됐고 지금은 폐역으로 남았다. 그런데도 관광객은 꾸준히 찾아들고, 판자로 만든 옛 역사엔 핑크빛 기차표가 가득하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오비히로 도카치온천에서 족욕을 즐기는 가족들.
행복역이 다시 세인의 입길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2008년 ‘연인들의 성지’로 꼽히면서다. 일본 내 프러포즈에 어울리는 낭만적인 장소를 꼽는 이 프로젝트에 행복역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행복의 출발점’으로 인식되며 수많은 커플과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애국역은 행복역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다. 기왕 행복역을 찾았다면 애국역까지 묶어 돌아보는 게 좋겠다. 혹시라도 좋은 엔키가 찾아와 줄지 모르니 말이다.
도마무 공중산책, 물의 교회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물의 교회’.
도마무산 중턱에 세워진 ‘클라우드 바’.
호시노 리조트의 상급자 코스에서 파우더 스키를 즐기는 스키어들.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의 호타루 스트리트.
삿포로 오렌지빛 야경 로맨틱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에서 승마 체험을 즐기는 관광객.
삿포로 시내 노르베사 대관람차.
삿포로 중심부엔 오도리공원이 있다. 너른 공원이 삿포로 도심을 가로지르며 뻗어 있다. 인증샷 명소인 삿포로 시계탑도 이 공원 인근에 있다. 스스키노역 인근의 ‘니카상’은 삿포로의 대표적인 인증샷 성지다. 다누키코지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오래된 상점가다. 맛집, 상가 등이 수두룩하다. 1873년에 문을 열었다.
2024-03-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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