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도서관을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들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도서관을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9-10-03 17:50
업데이트 2019-10-04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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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가 ‘퍼주기’ 비난까지 받으면서 시행한 ‘첫출발 책드림 사업’ 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시가 공공도서관에서 1년간 6권 이상 책을 빌려 본 만 19세에게 2만원짜리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하는 사업입니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책 읽을 여유가 없던 청년들에게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게 하려는 취지였습니다.

결과는 안타깝습니다. 9월 한 달 동안 상품권을 신청한 이가 176명에 불과했습니다. 대상자 1만 2060명의 1.5% 수준입니다. 지난해 같은 달 통계와 비교해도 도서관 대출 권수가 그다지 늘지 않았습니다. 2만원짜리 상품권이 청년의 발걸음을 도서관으로 이끌지는 못한 셈입니다.

도서관 관련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정부와 전국 지자체가 추진한 ‘작은도서관’이 최근 3년 6개월 동안 2435곳이나 휴·폐관했다는 내용입니다. 작은도서관은 건물면적 33㎡ 이상, 좌석수 6석 이상, 1000권 이상 책을 갖춘 곳이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2016년 휴관한 작은도서관이 302개, 폐관한 도서관이 53개였는데 1년 후엔 휴관이 369개, 폐관이 562개로 늘었습니다. 폐관은 10배 이상 급증한 겁니다. 정부가 지원금을 주자 우후죽순 늘었다가, 해 보니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은 셈입니다. 수백억원 예산도 함께 날아갔습니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들은 왜 효과를 보지 못할까.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어렸을 적에는 책을 좋아하더라도 커갈수록 입시에 몰두하느라 책을 멀리하게 됩니다. 성인이 되면 취업 준비를 하느라 책을 멀리합니다. 부모가 되고도 책을 읽지 않을 테고, 이런 상황이라면 아이에게 억지로 책 읽으라 해봤자 효과도 없습니다. 스마트폰 유혹도 무시하기 어렵죠. 스마트폰을 비롯해 책 읽는 재미보다 더 자극적인 재미가 차고 넘치는 시대입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무조건 도서관으로 오라고 하는 정책이 잘 될 턱이 없습니다. 단순하게 취지만 좋다고 될 일이 아니란 뜻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좀더 깊이 생각하고 더 나은 정책을 내놓길 바랍니다.

gjkim@seoul.co.kr

2019-10-04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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