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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모순 속에 기회도 있다

자본의 모순 속에 기회도 있다

입력 2014-11-22 00:00
업데이트 2014-11-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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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17가지 모순/데이비드 하비 지음/황성원 옮김/동녘/464쪽/1만 9800원

전 지구적 자본주의 시대다. 완전한 승리를 선포한 지 오래다. 마르크스니 ‘자본’이니 하는 것은 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간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심상치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보장해주기는커녕 오히려 헤어날 수 없는 빈곤의 악순환만 조장한다는 한계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피케티 열풍은 괜히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좌파 논객들의 실천 없는 지적 허상으로 폄하하는 시선도 있지만 전 지구적 자본주의에 대한 심도 있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지리학 이론가이자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하비가 내놓은 ‘자본의 17가지 모순’은 자본이 여전히 갖고 있는 근본적 모순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마르크스 ‘자본’의 상세 해설서이면서 자본의 모순 17개를 ‘기본 모순’, ‘움직이는 모순’, ‘위험한 모순’으로 분류해서 분석한다. 이는 나아가 희망과 대안이 없는 현실에 내놓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기도 하다.

자본의 여러 모순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모순은 화폐의 존재에 좌우되고 화폐는 사회적 노동으로서의 가치와 모순적인 관계에 있다. 화폐의 교환에는 개인에게 부여된 사유재산권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 등 국가의 역할이 제기된다. 국가는 사유재산권을 둘러싼 사법적 관계를 위한 방법으로서 폭력의 사용에 대한 정당성을 갖는다. 국가 권력이라는 배경 속에서 노동력의 상품화를 통해서만 체계적 재생산이 가능한 자본은, 타인과 공동체를 위하던 사회적 노동의 소외를 낳고 자신에게 종속시키는 배경으로 삼는다. 이렇듯 교차하고 상호작용하며 개입하는 모순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변화되는 현실에 맞춰 자본의 속성 역시 함께 변화한다. 하비 교수는 이러한 자본의 불안정성과 움직임은 모순을 심화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설파한다.

책의 원제는 ‘17가지 모순과 자본주의의 종말’이다. 하지만 숱한 모순을 갖고 있음에도 자본주의가 거저 몰락할 리는 없다. 실제 마르크스도 진짜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이 없다. 오히려 자본이 노동과 사회를 통제하며 자본을 무한축적하고 지속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밝혔다. 저자는 책 말미에 17가지 모순에 조응하는 17가지 실천적 목표를 제시한다. 새롭거나 어려운 목표는 아니다. 해답은 실천에 있음을 정확히 알려줄 뿐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2014-11-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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