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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 깊이 자리한 국가 폭력의 트라우마

한국 문화 깊이 자리한 국가 폭력의 트라우마

입력 2014-11-08 00:00
업데이트 2014-11-08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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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로 읽는 대한민국/김동춘외 지음/역사비평사/440쪽/1만 8500원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면 아픈 역사를 반복하게 된다. 반성하지 않은 폭력의 역사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실제로 질곡의 현대사를 관통해 온 우리는 청산하지 못한 과거와 반성하지 못한 잘못 때문에 폭력을 반복하고 피해도 늘어만 간다. 그 악순환에는 언제나 똑같은 무책임과 방관이 ‘공공의 적’으로 지목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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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트라우마로 읽는 대한민국’은 국가가 저지른 폭력과 피해를 정치사회와 연결 지어 해법을 제시해 흥미롭다. 이른바 개인, 혹은 집단들이 앓고 있는 ‘트라우마’를 의학·심리학 차원이 아닌 관계의 사회학 측면에서 들춰냈다. ‘참사 공화국’의 오명 그대로 ‘트라우마 천국’인 한국은 왜 국가 폭력이 그렇게 빈번하고 끊임없이 반복되는지를 정색하고 따져 물은 흔치 않은 공동 저작으로 눈길을 끈다.

한국 현대사는 정치사회가 빚어낸 다양한 국가 폭력의 점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한국전쟁 당시의 집단학살,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탄압 및 그로 인한 각종 의문사와 고문 조작 사건…. 문제는 과거 그 국가 폭력이 그저 지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5·18 유공자들의 높은 자살률, 2009년 용산 참사, 24명에 이르는 쌍용차 노동자 및 가족들의 잇따른 죽음, 온 국민을 집단적 슬픔에 옭아맨 ‘세월호 트라우마’….

책의 특징은 그동안 등한시됐던 국가 폭력 희생자들의 트라우마를 ‘현재 속에 살아 있는 과거’의 측면에서 다룬다는 점이다. 역사학자의 전유물로 갇혀 있던 한국 현대사를 보통 사람들에게 개방하는 새로운 프리즘으로 역사적 트라우마를 짚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자들은 우선 한국 사회의 폭력문화는 계급연관적 사회현상이며 정치사회적으로 접근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식민지 트라우마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는 사회적 정신병리인 폭력문화는 분단과 남북 간 주기적 적대 분위기에서 강화·유지됐고 그 외상이 국가와 국민의 행동으로 표출된다는 주장이 도드라진다.

과거와 달리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이른바 ‘부드러운 형태’의 폭력이 양산되는 것도 문제다. 사회적 고립과 배제, 편견과 낙인, 은폐와 부인은 한국 사회 전반에 내면화된 폭력을 통해 재생되는 새 트라우마의 대표적 행태다. 폭력의 당사자임을 인정하지 않는 부인과 방관은 폭력 은폐와 정당화의 핵심임이 사례를 통해 명쾌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저자들은 “국가에 대한 공포심, 가족에 대한 위협, 생계 곤란 등의 이유로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못하는 국가 폭력 피해자가 많다”면서 “과거에 대한 부인을 시인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게 급하다”고 강조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4-11-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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