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랄라입니다
전 세계 어떤 10대가 이 소녀만큼 유명할 수 있을까.
장기간의 치료 끝에 회복한 말랄라는 ‘소녀 인권운동가’로 변신했다. 유엔은 ‘말랄라데이’를 선포하며 그의 인권운동을 평가했다. 말랄라는 2013년 7월 유엔 본부에서 “총으로 침묵을 강요할 수 없다”는 명연설을 했다.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말랄라가 같은 해 10월 수상자에서 탈락하자 전 세계에서 아쉬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여기까지가 전 세계 언론이 그동안 다룬 말랄라의 이야기다. 지난 2년간 말랄라의 인생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말랄라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지 않을까. 2013년 10월 말랄라가 쓴 회고록 ‘나는 말랄라입니다: 교육을 옹호했다가 탈레반의 총에 맞은 소녀’가 출간된 뒤 접한 뉴스는 이 책이 말랄라의 고국 파키스탄에서 이슬람교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금서’ 목록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당시 기자는 파키스탄 소녀들이 이 책을 읽고 교육을 더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말랄라는 최근 같은 제목이지만 소제목과 표지를 바꾼 회고록 ‘나는 말랄라입니다: 한 소녀가 어떻게 교육을 옹호했고 세상을 바꿨나’를 새롭게 펴냈다. 특이한 것은 이번에 출간된 책이 ‘10~14세 청소년용’이라는 것이다.
책을 들여다보면 말랄라가 자신보다 어린 청소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1년 전 책보다 쉽고 단순한 문체에 풍부한 사진 등 새로운 자료들이 눈에 띈다. 특히 말랄라가 10대가 되기 전 파키스탄은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린 소녀들의 교육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교육에 목말랐던 자신의 경험이 피격 사건 이후 어떻게 발현돼 인권운동가가 됐는지 등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전달된다.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버스를 타고 멀리 학교를 다녀야 했지만 공부를 하고 싶었던 말랄라. 교육을 통해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고 결국 이뤄냈다. 이 책은 전 세계 청소년에게 말랄라의 기적과 희망을 전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4-09-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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