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권에 바친, 짧지만 강렬했던 삶…언론인·교육자·운동가였던 마거릿 풀러의 40년 생애를 고스란히 담다
사라 마거릿 풀러(1810~1850).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 40년만 살다간 불꽃 같은 인생이었지만 미국의 진보적인 여성 교육자이자 언론인, 그리고 초월주의 운동을 바탕으로 한 여성인권 운동가로 강렬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그의 대표 저서 ‘19세기 여성’은 미 최초의 의미 있는 페미니즘 작품으로 지금도 널리 읽히고 있다.
풀러의 인생은 여성으로서, 언론인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다. ‘뉴 아메리칸 라이프’라는 소제목과, 검은색 긴 치마와 대조되는 빨간 머플러를 한 손에 펄럭이며 어디론가 가고 있는 책 표지에서도 그의 남다른 삶을 엿볼 수 있다.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태어난 풀러는 변호사이자 정치인인 아버지 덕분에 지성의 세계에 일찍 눈을 뜨면서 교사가 되고, 특히 여성의 교육 기회와 취업할 권리 등 여성인권 문제 운동가로 나서게 된다. 1840년에는 초월주의 저널인 ‘더다이얼’의 첫 여성 편집장이 되고, 4년 뒤 뉴욕으로 무대를 옮겨 ‘뉴욕트리뷴’에서 활동하게 된다. 1845년 ‘19세기 여성’을 펴낸 뒤 1년 후 첫 여성 유럽 특파원으로 임명돼 이탈리아 로마로 향한다.
1840년대 이탈리아 혁명 등 혼돈의 시기를 겪으면서 풀러는 개인적으로도 격동의 순간을 맞게 된다. 1848년 연하인 이탈리아 경호원 지오바니 오솔리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들까지 낳게 된 것이다. 이미 ‘피바디 자매들’을 통해 로맨티시즘의 진수를 보여줬던 작가 마샬은 풀러와 오솔리의 운명적인 로맨스를 직감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들 세 가족은 1850년 뉴욕으로 함께 이동하던 중 타고 있던 선박이 뒤집히면서 한꺼번에 목숨을 잃고 만다. 풀러의 운명은 그의 마흔 번째 생일이 막 지난 어느 날 이렇게 끝나 버렸다.
이 책의 퓰리처상 수상 소식에 평론가들은 “풀러의 삶을 가장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쓴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4-05-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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