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들도 겸손하라” 신학자의 정치적 충고

“강대국들도 겸손하라” 신학자의 정치적 충고

입력 2012-06-30 00:00
수정 2012-06-3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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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도덕적인가】전재성 지음 한길사 펴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로 널리 알려진 독실한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1892~1971)와 현실주의 국제정치론? 어째 묘한 부정합 같다. 현실주의 국제정치론은 권력투쟁이라는 정치적 현실을 고스란히 인정하자는 쪽에 선다. 도덕 따윈 내팽개치라는 말이 아니다. 정치적 행위란 현실적 조건 내에서 제한된 선택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라는 강조다. 그런데 신학자란 도덕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정치는 도덕적인가’(전재성 지음, 한길사 펴냄)는 기독교 신학과 국제정치학의 접점을 찾는 책이다. 1~3장은 신학자로서의 니버를, 4~6장은 국제정치학자로서의 니버를 다룬다. 기독교적인 인간관이 국제정치학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핵심은 신학자이기에 니버는 인간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그래서 겸손해야 한다고 믿었다는 점이다. 힘이 있다는 이유로 나의 정의와 나의 도덕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순간 그 힘은 쇠락한다.

니버의 입장은 탈세속화 논의와 맞물려 있어서 흥미롭다. 그 어느 것도 완벽한 세상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정의와 도덕 관념에 대한 타협과 존중이다. 절대적으로 옳음은 신의 영역일 뿐 인간의 영역에서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신중하게 구분하는 절제와 겸손함임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가 21세기에 니버를 불러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상하는 중국과 기존의 슈퍼파워 미국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일러 주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체제가 우월하니 북한을 해방하자는 목소리가 넘쳐 나서다. 니버의 논리에 따르자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남한을 우월하게 만들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상대적일 뿐이라는 점을 망각하는 순간 남한의 우위는 눈 녹듯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1만 8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6-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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