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과 민주주의 한국 대기업은 가졌는가

사회적 책임과 민주주의 한국 대기업은 가졌는가

입력 2012-06-09 00:00
수정 2012-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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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개념】피터 드러커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대기업은 아주 ‘기이한’ 존재다. 뭔 소린가 하겠지만, 이는 원래 체제수호를 목숨처럼 여기는 자유시장주의자들의 목소리다. 자유시장의 조건은 다수의 공급자다.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경쟁해야지, 대기업 몇 개가 시장을 나눠 가져선 안 된다. 따라서 고전적 자유주의를 추종하고 싶다면 대기업 해체를 주장해야 한다.

실제로도 19세기 주식회사 제도 도입으로 거대 자본을 갖춘 대기업들이 출현하자, 가장 반발한 이들은 자본가들이었다. 이들은 대기업이 기업가정신을 말살해 결국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라 주장했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1909~2005)가 왜 ‘기업의 개념’(정은지 옮김, 21세기북스 펴냄)을 써야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에서야 거대한 대량생산 공장이 우리의 사회적 현실이며, 우리의 대표적 제도이고, 우리의 꿈을 실현할 짐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GM의 초거대 사업부들은 계획경제 부문과 대단히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닐 것이다. 기준가격 책정에 의해 통제되는 ‘사회주의적 경쟁’을 하는 러시아의 트러스트와 눈에 띄게 비슷하다.”고 말하는 뜻도 짐작할 수 있다. 대기업이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 그리고 대기업의 운영원리 그 자체에 이미 사회주의적 요소가 듬뿍 배어 있다는 말이다. 드러커의 특이점은 그럼에도 사회주의로 달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드러커는 자유시장원리에 반하는 대기업이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회주의보다 더 나은 점을 선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책임은 필수이거니와 소련식 관료주의 적폐에 물들지 않은 기업 내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냥 기업은 이윤 내고 고용하고 세금 내면 그뿐이지만, ‘대’기업이라면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 대기업은 어떨까, 자연스레 비교된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6-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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