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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명화에 숨은 오른쪽과 왼쪽의 수수께끼

서양 명화에 숨은 오른쪽과 왼쪽의 수수께끼

입력 2012-01-07 00:00
업데이트 2012-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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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비평가 제임스 홀 ‘왼쪽-오른쪽의… ’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려보라면, 상당수 그림에서 예수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 채 몸을 늘어뜨리고 있을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른쪽이 옳은 것이고 선(善)이라 여기고 왼쪽은 불길하고 악(惡)한 것으로 인식했다. 어린 아이들이 왼손을 사용하려고 하면 어떡해서든 오른손잡이로 바꾸려고 하는 행동은 그 연장선일 것이다.

세상은 오랜 ‘우향우’의 시대를 살다가 ‘대칭’의 시대를 거쳐 ‘좌향좌’로 선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파와 좌파가 혼재하는 현대 정치나, 인류의 진화와 발전을 이루려면 양손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는 이런 분위기는 어떤 과정을 지나왔을까.

예술비평가이자 예술사학자인 제임스 홀은 ‘왼쪽-오른쪽의 서양미술사’(뿌리와이파리 펴냄)에서 고대부터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왼쪽과 오른쪽의 상징이 어떻게 변해 왔고 사회·문화에 스며들었는지, 미술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세밀하게 풀어낸다.

고대부터 인간의 왼쪽은 약하고 악마·죽음 등 나쁜 것이 나온다고 믿었다. 심장이 왼쪽에 있는 것은 이런 부정적인 것들을 보완하려는 방편이라고 해석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왼쪽과 오른쪽이 갖는 상징성이 작품 곳곳에 스며든다.

파르미자니노의 ‘책을 든 남자의 초상’에는 밝은 빛이 비추는 오른쪽 얼굴과 그늘에 가려진 극도로 어두운 왼쪽을 대비하면서 야비하고 신뢰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거나, 시 ‘왜가리의 서약’에서 오른쪽 눈의 안대를 풀면서 영적인 부활을 암시하는 식이다.

이런 전통적인 관습에 따라 왼쪽과 오른쪽의 의미를 부여하던 미켈란젤로는 소묘 ‘세 개의 십자가’와 대리석 ‘피에타’에서 예수의 얼굴을 선한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돌리는 도발을 저지르며 의식 변화의 조짐을 알린다.

르네상스시대의 문화 엘리트들이 ‘오른쪽 우위’에 도전하면서 왼쪽-오른쪽 상징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된다.

왼손잡이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오른손잡이로 전향한 미켈란젤로가 전통 사회에 대한 반발심을 작품에 녹여냈을 수도 있다.

저자는 뒤러, 렘브란트, 성 테레사, 피카소를 거쳐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와 월트 디즈니까지 수많은 작품을 두루 살핀다. 왼쪽과 오른쪽에 담긴 코드만으로 서양문화와 서양미술을 관통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3만 3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12-01-0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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