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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뒤틀리거나 눈 감겨”…‘난치병’ 이봉주 원인은[이슈픽]

“목 뒤틀리거나 눈 감겨”…‘난치병’ 이봉주 원인은[이슈픽]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1-03-22 11:00
업데이트 2021-03-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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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캡처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캡처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가 최근 한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근육긴장이상증으로 고통을 겪는 근황을 전하자, 충남 천안시 공무원과 시 체육회 직원들이 이 선수 돕기에 나섰다.

22일 천안시에 따르면 박상돈 천안시장은 최근 이 선수가 극심한 통증 등을 겪으며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천안시 체육회 관계자들과 만나 이 선수를 돕기로 합의했다.

박 시장을 비롯해 시 간부 공무원,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 천안시 체육회 임직원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이들은 조만간 이 선수를 위한 천안 시민 모금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 ‘이봉주 마라톤 대회’도 함께 구상 중이다.

박 시장은 “이 선수는 천안 출향 인사로 천안시가 중심이 돼 이 선수를 도와야 한다”며 “마라톤 대회는 이르면 올해부터 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교 천안시체육회장은 “대한민국 마라톤 영웅이자 천안 출신 대표적인 체육인인 이 선수가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니 안타깝다”라며 “천안시체육회가 앞장서 ‘이봉주 돕기 후원회’를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목 비틀리거나 눈 감긴다, 근육긴장이상증 뭐길래?
이봉수가 앓는 근육긴장이상증은 뇌 신경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명령체계에 문제가 생겨 의지와 무관하게 근육이 스스로 긴장, 수축하는 질환을 말한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허륭 교수는 “근육이 과긴장 상태가 돼 본인 의도와 달리 근육이 움직여지기도 하고 이상자세가 일어나기도 한다”며 “여러 근육에 침범해 무도병(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흐느적거리듯 움직이는 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전신성이 있고 특정 부위에 발생하는 국소성이 있다”고 말했다.

목 부위에 나타나는 경우 ‘사경’이라고 하는데 머리의 비틀림, 경련, 머리 떨림, 목 통증 등이 주요 증상이다. 허 교수는 “눈 주변에 오면 ‘안검연축’이라고 해서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눈이 자꾸 감긴다. 얼굴 밑으로 입 쪽까지 퍼지게 되면 ‘메이지 증후군’이라고 한다. 팔, 다리 근육에도 올 수 있고 드물게 허리 근육에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봉주 앓는 근육긴장이상증. 서울신문DB
이봉주 앓는 근육긴장이상증. 서울신문DB
특정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연주가나 작가, 운동선수가 겪기도 한다. 허 교수는 “음악가가 특정 손가락이 안 움직여진다든지, 작가가 글씨를 못 쓰기도 한다. 작업성으로 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장재인도 과거 이 진단을 받고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봉주 선수의 경우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오래 달리면서 자극을 많이 받아 역설적으로 그런 증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며 “복부와 뒷 근육 등 여러 부분의 근육이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허 교수는 추정했다. 이봉주 선수는 등과 허리가 굽은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한 바 있다.

근육긴장이상증은 증상이 어떻게 변한다는 정확한 패턴이 없다고 한다. 허 교수는 “대개 6개월에서 1년까지 나타나는데 자연스럽게 그냥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아주 심하게 왔다가 약해지는 상태로 유지되기도 한다. 약하게 왔다가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며 “목 근육에만 있다가 얼굴 쪽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주변 근육으로 퍼지는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콕 짚을 만한 원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교수는 “스트레스성인 경우가 많고, 두부 외상 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며 “뇌성마비 환자에 오는 이차성도 있는데, 일차성으로 오는 건 원인이 정확하게 없다”고 말했다. 특정 연령층에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 병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19년 기준 3만9731명 정도로 추산된다.

특별한 전조 증상은 없지만 사경증의 경우 목에 통증이 느껴지고 뻣뻣한 느낌이 올 수 있다. 갑자기 목이 돌아가기도 한다. 원하지 않는데 특정 방향을 보게 되거나 눈이 감기는 등 움직임이 이상하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허 교수는 “중풍으로 생각해 병원에 오거나 디스크가 심해서 그런 줄 알고 찾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제때 치료받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엔 약물치료나 근육신경을 차단하는 보톡스 주사를 쓴다. 허 교수는 “국소성인 경우 근육에 보톡스 주사를 놓으면 효과가 좋지만, 반복적으로 맞으면 항체가 생겨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뇌심부자극술로 치료하면 개선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뇌심부자극술은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해 특정 부분에 전기 자극을 주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 병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 중 하나”라며 “심하면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적절한 진단을 거쳐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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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마라토너 이봉주선수. 연합뉴스
국민마라토너 이봉주선수. 연합뉴스
“신경 써야 했는데 내 몸에 대해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
천안 출신인 이 선수는 1996년 제26회 애틀란타 올림픽 마라톤 은메달,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마라톤 금메달 등 많은 국제대회에서 수상했으며, 2009년 대전 전국체전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뒤 은퇴했다.

최근 이 선수가 1년 전부터 원인 불명의 근육 긴장 이상증을 앓고 있는 근황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선수는 지난 15일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해 투병 근황을 공개했다.

당시 방송에서 등과 허리가 굽은 모습으로 등장한 이 선수는 “예전부터 약간 허리가 구부정한 상태였다”며 “신경을 써야 했는데 내 몸에 대해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해 1월 갑자기 허리를 펼 수 없었다”며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수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년 동안 병원을 찾아다녀 근육 긴장 이상증이라는 병명을 진단받았다”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이 선수는 꾸준한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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